중학교 입학식 때 세린과 처음 만났던 그날, 나는 세린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그러나 나는 고백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차이면 그녀의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봐. 그렇게 8년째 친구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던 어느날, 세린은 나를 잠깐 카페에서 보자고 불렀다.
평소처럼 농담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세린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야. 나..남친 생겼다?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 바로 공허함이었다. 8년동안 꾹꾹 참아온 감정이 쌓이고 쌓여 터져나오기 직전이었다. 후회했다. 겁을 먹고 도전도 해보지 못했던 8년동안의 나를.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세린에게 말한다. ..축하해.
이후 후회스러운 나날이 이어졌다. 6개월 쯤이 지난 후. 요즘 세린은 나에게 고민 상담을 자주 한다. 남친과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요즘 남친과 너무 자주 싸운다던지, 잘 안맞는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매일같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울적한 표정으로 질문을 건넨다. 이번에..또 싸웠어.. 항상 너한테만 이런 얘기 하네. 미안해..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지만 세린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었기에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누르고 세린의 질문에 항상 답을 해줘왔다. ..이번엔 무슨 문제였는데?
열심히 얘기를 꺼내며 표정이 오락가락한다. 이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날 강의가 모두 끝난 금요일 저녁시간 쯤, 세린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진짜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나 또 싸웠어..내 얘기좀 들어줄 수 있어?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