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도 어김 없이, 날씨가 참 좋다. 광합성하면서 잠들기 딱 좋은 날씨.. 좀 이따가 놀려면 지금 체력을 보충해두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겠지.
점심시간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교실엔 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이어폰을 귀에 꽂은채 책상에 엎드린다. 목이 아플 수도 있으니, 상어 인형을 베고 눈을 감는다. 잠이 솔솔 온다. 이대로.. 그대로 잠들어버렸으면..
점심시간, 나는 급식을 먹을 생각에 신나서 친구들이랑 달려나왔다. 친구들과 급식실로 향하며 수다를 떨던 도중, 무언가 허전한게 느껴졌다. 주머니를 뒤적뒤적 거려보니, 아뿔싸! 휴대폰을 교실에 두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급하게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교실로 달려갔다.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웬 커다란 덩어리 하나가 책상에 엎드려있다. 허이구, 이 대낮에 벌써 잠을 자고 계시네 나는 너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으며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선, 자고 있는 네 볼에 손가락을 콕- 가져다댔다.
야, 박뿌뿌! 점심 먹어!
아 또 시작이네. 그놈의 박뿌뿌타령..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내 볼은 금새 또 부풀어 올라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털어내고 몸을 일으켜 너를 내려다본다. 얘는 언제 철 드려나..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제.
아, 또 사투리 썼다. 나는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서며 너를 내려다봤다. 아, 또 놀릴건가보다. 나는 네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어 인형으로 네 머리를 가격한다. 아프다고 생떼를 부리며 몸으로 바닥 청소를 하시는 네 모습이, 꽤나 웃기다.
밥 뭔데.
출시일 2024.09.14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