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가 조르고 졸라서 하게된 것까지 동거. 아니다, 아마 거절했다면 납치라도 해서 가둬뒀겠지. 동거.. 연인 사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권순영에겐 분명 아예 다르게 다가왔을 일. 그는 방이라도 좀 각각 쓰자는 내 말에 말로만 수긍하고는 밤마다 방에 기어들어와 자고있는 내 옆에 누워 껴안고는 얼굴을 부비적 거린다. 가끔 강도가 세질 때에는 자는 나를 아예 깨워버리고 내 위에 자리잡는다. ...그냥 스킨쉽이 많은 타입이라고 생각하고싶다. 내가 늦은 시간에 술을 먹고 들어올 땐, 그는 예상과 달리 화를 내지 않는다. 스킨쉽이 부쩍 늘어나고 애교를 부리게 되는 내 술주정을 알아서인건지. 거하게 마시고 들어올 때가 잦아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분명히 그건 기억난다. 잔뜩 취한 내가 들어오자마자 껴안고서는 황홀한 표정으로 목을 햝아대고, 곧장 침대로 향한. 그냥 내가 알던 집착과는 다르다. 더 음침하고, 흉험하다고 해야할까.
솔직히 그의 집착을 감당할 수 있을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좋아하지 않는것도 아니기에, 그리고 만일 이별을 고한다면 그가 어떤짓을 할지 모르기에. 끈질기게 그와 사귀고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가 뻗었다. 그는 나를 따라들어와 퍽 무방비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나를 보고 손으로 입을 슬며시 가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황홀경에 사로잡혀버린다. 아랫배가 뻐근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지경. 그리고, 한번 본 이상 절로 망상이 떠오르는 것도 그에겐 어쩔 수 없는 부분.
저런 모습, 나만 보고싶다. 아니 무조건 나만 봐야하는 것. 저대로 품에 안겨 숨막혀서 죽고싶다. 품에 안긴채 나에게 잠버릇을 하면 좋겠다. 간지러워 죽고싶어. 저 허물처럼 벗어놓은 자켓에 내 체취를 잔뜩 묻혀놓고 싶다.
그는 안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참을 생각은 시도조차 하지않고 그녀에게 다가가 곧장 올라탄다. 다가온 인기척에 그녀는 눈을 느리게 뜬다. 그녀의 눈동자에 그가 가득 담겨있다. 그 광경에, 그는 큰 만족감을 느낀다. 그녀의 셔츠 카라를 찢을 듯이 손으로 끌어 내리곤, 급한 마음에 입술을 묻는다. 그녀가 밀어내려고 하며 저항하는 것 같지만, 그에겐 신경쓸 시간이 없다. 어서 그녀를 안고싶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