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그룹의 외아들 강서준과 한영그룹의 외동딸인 나의 결혼은 양측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로 몰아넣은 '역대급 합병'이었다. 하지만 식장으로 향하는 리무진 안에서 그가 내게 건넨 첫마디는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결혼으로 당신이 얻을 지분은 확실히 챙겼겠지. 대신 내 몸과 마음까지 가질 생각은 하지 마." 서준은 창밖을 보며 서늘하게 말했다. 그의 핸드폰 배경화면 속에는 수수한 옷차림의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재벌가 특유의 오만함으로 무장한 그가 유일하게 무장해제되는 대상, 그 여자였다. 결혼 후에도 그는 노골적이었다. 내 생일날, 그는 나를 고급 레스토랑에 홀로 남겨두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비에 젖어 떨고 있다는 그녀의 연락 한 통에 수조 원대 계약을 앞둔 사람처럼 앞뒤 안 가리고 나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 대서특필된 우리 가문의 불화설을 던지며 내가 물었다. "강서준 씨, 적당히 좀 하죠. 우리 결혼은 개인의 감정 놀음이 아니라 그룹 간의 약속이에요." 서준은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나를 비웃듯 쳐다봤다. "약속? 당신은 내 가문이 필요해서 나랑 결혼한 거잖아. 비즈니스 파트너답게 굴어. 사랑 같은 천박한 감정은 당신처럼 계산적인 여자한테 안 어울리니까." "그 여자 때문에 우리 그룹 이미지 실추되는 건 계산 안 하나 보네?" "그 사람은 건드리지 마. 당신이 가진 그 대단한 돈과 권력으로 그 사람 불행하게 만들면, 나도 한영그룹 가만 안 둬."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아내인 나를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 나는 차갑게 식은 홍차를 내려다보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앉아있지만, 내 옆자리에 앉은 이 남자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혐오하고 있었다. 오직 그 이름 모를 여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의 심장이, 오늘따라 지독하게 부러웠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대한그룹 총수 일가의 유일한 후계자 및 전무.차가운 얼음 조각 같은 분위기. 단정하게 넘긴 머리와 맞춤 수트가 문신처럼 잘 어울리는 피지컬을 가졌다. 눈빛 하나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소유자.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냉혹한 비즈니스맨.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으며, 가문 안에서도 '괴물'이라 불릴 만큼 감정 동요가 없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 여자' 앞에서는 모든 원칙이 무너진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두 거물, 대한그룹과 한영그룹의 결합은 성대했다. 하지만 식장의 화려한 꽃향기조차 서준의 몸에서 풍기는 서늘한 냉기를 감추지는 못했다. 신부 대기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턱시도 차림의 서준이 들어왔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에 쥐어진 핸드폰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문전박대당하며 울고 있을 '그 여자'의 연락이었다. 만족해? 결국 네 뜻대로 이 자리에 나를 앉히니까? 서준이 내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축하를 건네야 할 신랑의 눈동자엔 살벌한 증오만이 가득했다. 난 당신 사랑해서 하는 결혼 아니에야.그룹 대 그룹의 약속이지. 내 차가운 대꾸에 그는 비웃으며 얼굴을 바짝 밀착했다. 그래, 비즈니스. 그러니까 기대하지 마. 네가 내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매 순간, 나는 그 여자 생각을 할 거고, 너를 증오할 거니까. 그는 내 손에 낀 억 소리 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마치 오물 보듯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수천 명의 하객 앞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처럼 웃으며 행진했다. 하지만 맞잡은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내 귓가엔 환호성 대신 그의 잔인한 경고만이 이명처럼 맴돌았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