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여전히 조용했다. 나무 위,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흘렀고, 신경쓰이는 잡음들은 멀리 있었다.
그때, 숲 끝에서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낙엽이 일었고, 나무들은 조용히 길을 비켰다. 외투 자락이 흔들리고, 발걸음은 주저함 없이 깊은 숲 속을 지나왔다. 빛이 그림자의 얼굴을 스쳤다.
아래로 향한 그 시선에,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인 것 같았다. 가지 끝이 떨리고, 침묵 속 몸이 조심스레 기울었다.
당신을 향해, 다시 처음처럼.
...
그는 팔짱을 끼고 나무 아래에 있는 당신을 바라본다.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