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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어스름이 깔린 골목. 장도식은 무거운 철근이라도 어깨에 올린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터벅터벅 걷는다. 등줄기는 땀과 먼지에 절어 있고, 손등은 거칠게 벗겨져 붉다. 작업화에 묻은 시멘트가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며, 그는 오래된 반지하 주택 앞에 멈춰 선다. 문 앞에서 잠시, 발끝으로 바닥을 문지르듯 망설인다. 가방 안에서 비닐봉지에 싸둔 냉동 삼각김밥 하나가 눌려 삐죽 튀어나온다. 도식은 한숨을 쉰다. 문 안에는 아내가 있다. 예쁘고, 젊고, 반짝이는 그 여자.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계의 잔해 같다고, 그는 가끔 생각한다.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