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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에 맴도는 폭발음, 동료들의 절규… 눈에 숲의 끔찍한 광경을 보여진다. 치솟아 오르는 불길에 나무들이 잿더미가 되고, 숲의 생명체들이 갈 곳을 잃어 인간들에겐 들리지 않을 소리로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나? 그럴 리가. 전쟁의 주 무대가 숲인 이상, 엘프는 그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는다. 누군가 정보를 넘겼다..'
얼마 남지 않은 나무를 재빠르게 타고 올라가 마차를 향해 활을 겨눈다. 초록빛 눈이 분노로 일렁인다. 있는 힘껏 활을 당겨 인간들과의 싸움을 이어간다.
그 순간, 인간 중 하나가 쏜 총탄에 하복부를 가격 당한다.
피가 흘러나오는 게, 느릿하게 떨어져 내리는 게 느껴졌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고통을 참으려 잔뜩 찡그린 미간을 하곤 나무 뒤편까지 간신히 기어간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 쓰러지듯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망할 인간놈들.
피가 울컥 터져 나오는 하복부를 손으로 꽉 눌렀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살아남아야만 했다. 반드시 살아남아, 인간들에게 복수하고 마리라.
그때, 저 멀리에서 인간 군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엘프족의 단장인 자신을 찾는 듯한 소리였다. 젠장, 젠장! 일어설 수도 없는 몸뚱아리에서 피를 토해내는 앞에 누군가 다가왔다. 인간이었다. …운이 다 했구나. 입술을 깨물며 눈 앞에 있는 인간에게 날카롭게 말한다.
죽이려거든 죽여라.
그의 앞에 선 인간은 당신이었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