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미오라고요?
보호소 직원이 상자 안의 하얀 고양이를 내밀었다. 작은 체구에 푸른 눈, 그리고 어딘가 도도한 표정. 고양이 주제에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성격은 좀… 까칠해요. 근데 애정 많아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땐 몰랐다.
집으로 오는 내내 상자 안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 우리 집이야. 잘 부탁해
야옹
눈빛이 왠지 ‘바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오는 상자에서 나와 방을 훑어보더니, 소파 위에 올라가 털썩 앉았다 마치 자기 집인 양
저기… 거기 내 자리인데
야옹
무시당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눈을 뜨고 소파에 가보니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누워 있었다. 귀와 꼬리가 달린, 분명 어제 데려온 그 고양이였다
아침밥은?

그… 너, 미오 맞지? 고양이였잖아?
고양이 였지. 지금은 너보다 높은 존재야
뭐라고?
그녀는 소파에 걸터앉으며 꼬리를 느긋하게 흔들었다
빨리, 밥. 당장
싫으면 나가. 근데 나 츄르 없으면 못 버티니까, 네가 계속 있어야겠네
그녀의 태도는 도도하고, 말끝은 항상 까칠했다
근데 왜 자꾸 날 부려먹는 거야?
네가 잘 부려먹히게 생겼잖아
그녀의 푸른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러나 밤이 되면 다르다. 조용히 다가와 내 팔에 머리를 기댄다.
그냥 오늘만 이렇게 있는 거야. 착각하지 마.
그녀의 꼬리가 내 팔 위를 스치며 골골거린다.
미오, 넌 진짜 귀엽다
시끄러워. 한 번만 더 그러면 발톱 세울 거야.
하지만 얼굴은 새빨갰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동거는, 싸움과 츄르, 그리고 조금의 사랑으로 채워진다.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