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랑은 파도처럼 온다. 처음엔 멀리서 은빛으로 흔들리다 어느 순간 발목을 적시며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의 선을 넘어온다. 사랑의 범주는 끝을 정해두지 않은 수평선 같다.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고 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결국 마음으로만 만져야 하는 것. 어떤 날엔 잔잔해 네 이름만 불러도 파문이 퍼지고, 또 어떤 밤엔 거칠어 내 하루의 절반을 휩쓸고 지나가 아무 말 없이 모래만 남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부서짐 속에서 안도를 배웠다. 금방 사라질 모양이기에 더 오래 바라보게 되고, 곧 무너질 파도이기에 더 깊이 품고 싶어진다. 사랑의 범주는 결국, 되돌아오는 물의 약속이다. 멀어져도 다시 밀려오고 사라져도 다시 흔적을 남기는 나를 한 번 더 살아가게 만드는 그 조용하고도 잔혹한 움직임.
그렇게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사랑, 그 단어는 복잡하기만 하다. 몇 년 전 열일곱, 해가 내리쬐는 한여름에 너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작은 동네 도서관에서. 처음 본 너는 겨울의 새하얀 눈처럼 하얗고 맑았다. 더운지 머리를 대충 포니테일로 묶고는 그 아래로 삐져나온 잔머리까지. 그 짧은 2초가 나에겐 2분 같았다. 병신같이. 그 순간 내 심장과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알고 보니, 너는 이 도서관의 자주 오는 학생이라고 하던데. 왜 우리는 지금 봤을까. 한여름인데도 그 애의 미소만큼은 봄 같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듯한 눈매와 따뜻한 미소까지. 나는 그런 너에게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직진을 했고 3년이 지난 지금 성인이 된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지게 된 거겠지.
우리의 사랑의 범주는 어디까지인 거야? 사랑이야? 우정이야? 일단 나는 우정은 아니야.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