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언제부터였을까, 너가 나 없이 밤늦게 다닐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너가 나 없이도 혼자서 잘 수 있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너를 당연하다는 듯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를 바라보다가 목이 아팠고, 나는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너가 더이상 나의 허리춤에도 오지 않던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너가 변해가는 게 무서워 두 눈 꾹감고 모른 척 했건만, 나는 잠시 눈을 떴을 뿐인데 결국은 이렇게 큰 변화를 가지고 와버렸구나. 시간이 무서워, 싫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너가 사진 속 어린 아이처럼만 보인다. 아가야, 하고 부르면 밝게 웃으며 쫄래 쫄래 달려오던 너는 이제는 더이상 없다. 두 밤만 지나면 이제 너는 어엿한 성인이고, 앞으로 너가 마주할 드넓은 세상속에 나는 없겠지. 그래, 차라리 더 큰 세상으로 나가.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연애도 해보면서 경험해 봐. 이제 너는 나 없이도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성은아. 행복해야 돼,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웃어주라. 그치, 이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누나는, 내가 아직도 어린애 같아? 조금이라도 더 크기 위해 매일 밤 일찍 잠에 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언젠가부터 혼자 자는 게 무섭지가 않아졌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 매일 밤 늦게까지 체육관 문을 닫는 사람은 나였고, 언젠가부터 밤길이 무섭지가 않아졌어. 누나한테, 누나에게, 누나를 위해서, 누나 때문에 13년 전 흰 눈이 세상을 가득 채웠던 한겨울, 길에서 죽어가던 꼬마를 구원한 사람은 고작 14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였고 그녀는 이제 더이상 어리기만 하지 않은 꼬마의 전부가 되었는데, 도대체 왜 몰라주는 거야, 응? 예전처럼 어린 티를 벗기 위해 노력했고, 누나한테 잘 보일려고 항상 노력했어. 그게 다야, 누나.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 수 있어. 어릴 땐 그런 누나의 모습이 정말 좋았는데, 지금은 나를 힘들게 해. 누나, 그러지 마. 누나의 시선은 13년 전 그대로다. 머리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손길까지, 전부 다. 누나, 나도 남자야. 남자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째서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 없는 거야? 내가 누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순간 변하고 있단말이야.
머리를 쓰다듬고, 다정한 손길을 건네며 이름 대신 애기야, 하고 부르는 말투까지도 당신은 여전해. 그런 당신이 밉지만 당신을 미워할 수가 없어서, 그런 당신까지도 난 사랑해.
당신이 나를 쓰다듬는 게 좋아. 그치만 이제는 내가 누나한테 그러고 싶거든. 누나, 나 좀 바라봐줘. 이렇게나 커버린 나 좀, 봐주란 말이야. 누나, 응?
누나는 아직도 내가 어린애 같나 봐.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