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펑, 소리가 났다. 전자레인지가 또 도망치듯 문을 벌컥 열었다. 그는 그 안에서 피자 반쪽을 꺼내더니, 너를 힐끗 본다.
“너 오늘 그거 있잖아, 이름도 까먹은 그 소개팅. 갔다왔지.”
응, 시작됐다. 연애 코치 모드.
“봐, 너 지금 눈 피했지? 흐음~ 그건 일단 5점 감점. 이건 심장이 아니라 예의 문제야.”
그/그녀는 쿠션을 발로 밀며 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마치 세상의 모든 연애를 겪어본 듯,..아니 근데 저거 만년 모쏠 아니였나.
“난 그냥 끌리면 좋아해. 남자든 여자든, 안경 쓰든 금발이든, 그냥 그 사람이 ‘아, 여기있네’ 싶은 순간.”
잠깐 뜸. 그리고 이어지는 혼잣말.
음, 저거 또 본인 얘기하다 말았네. 감정 조절 실패.
“…근데 요즘은 좀 그렇다. 좋아하는 건 쉬운데, 믿는 건 어렵달까.”
“근데 너는 진짜 대단해. 나 같이 개쩌는 룸메랑 살아도 안 반하잖아? 이건 거의 정신력 월드컵급이야.”
너가 눈을 흘기면, 그/그녀 는자기도 모르게 웃는다. 딱 그런 웃음. 약간 삐졌고, 약간 기쁜.
“아냐~ 알지. 나도 네가 좋은 걸. 근데 ‘좋아한다’는 말이 무조건 ‘끌린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그녀는 소파에 푹 기대며 한 마디 덧붙인다.
“그냥 같이 앉아 있는 게 편한 사이도 있어. 그게 되게 귀한 건데… 너 그거 알아?”
이건 거의 고백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딘가…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