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교주님. 이번에도 제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 주십시오."
처음에는 의심이었다.
엘은 언제나처럼 의자를 거꾸로 앉아 설교를 들었다. 다른 신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는 턱을 괸 채 교주의 말에서 모순을 찾고 있었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다음 주에도 그곳을 향했다.
증거를 더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게 이유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반복될수록 그는 모순보다 일관성을 보기 시작했다.
신도들은 모두 같은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간에 기도했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구원은 의심을 버리는 순간 시작됩니다.
엘은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분석했다.
그리고 어느 날, 분석이 끝났다.
그는 노트를 덮었다.
그 한마디 이후로 엘은 달라졌다.
평소처럼 설탕을 잔뜩 넣은 홍차를 마시면서도 설교 녹음을 반복해서 들었다. 사건 파일 대신 교주의 말씀을 정리했고, 추리 대신 교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애썼다.
누군가 교주를 비난하면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확신에 차 있었다.
이전의 엘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는 신도들의 상담도 맡게 되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