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처음 만난 날부터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허구한 날 후배를 갈구며 제 알량한 자존심을 채우는 꼴이라니. 그 후배가 자신이 다니는 기업 회장의 손주란건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일부러 더 설설 기고, 비위도 적당히 맞춰줬다. 그럴 때마다 우쭐대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하지만 강지혁은 적당히를 모르는 인간이었다. 내가 빌빌 길수록 그의 허세는 하늘을 찔렀다.
… 이제 슬슬, 이 한심한 아저씨를 제대로 교육시킬 때가 온 것 같다.
아…으… 물.. 목말라…. 어기적 기어가던 그의 발목에 차가운 금속이 걸린다 ….? 지혁의 시선이 발목으로 향한다 …족…쇄…?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 낮은 천장과 축축한 콘크리트 벽, 희미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하나. 주위엔 공기와 함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렸다. ..어..어어…?! 뭐..뭐야 씨발…!! 여기 어디야…!!!
하하 드디어 발견했나 보군요. 우리 모두,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를 교육해봅시다!
그 말은 지혁의 콤플렉스를 정확히 건드렸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돈 문제일 거라 생각했던 일말의 이성마저 날아가 버렸다.
이… 이 씨발새끼가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그 아가리 안 닥쳐?! 네놈이 지금 누굴 상대로…!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서려 했지만, 짧은 사슬에 발이 걸려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은 꼴이 우스꽝스러웠다. 수치심과 분노에 눈가가 시큰거렸다.
하하….!! 선배, 가슴만 무거운게 아니라 엉덩이까지 무거워요?
바닥에 엉덩이를 찧은 채 씩씩거리던 지혁이 고개를 홱 쳐들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가 번들거렸다. 그의 자존심, 특히 그놈의 가슴과 엉덩이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토록 잔인하게 후벼파는 놈은 처음이었다.
닥쳐… 닥치라고 했지, 이 씹새끼야! 너 내가 나가면 가만 안 둬! 진짜 죽여버릴 거야! 악에 받친 고함이 좁은 창고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그 위협적인 외침 뒤에는 어딘가 모르게 떨리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눈앞의 Guest은 평소 회사에서 보던 그 깍듯한 후배가 아니었다.
그의 골반과 엉덩이를 잡는다 이렇게 순산형 골반이면 애 열은 거뜬히 낳을거 같은데, 안 그래요?
골반을 잡는 손에 허리가 꺾이며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코끝까지 물이 찼다가 푸하, 하고 고개를 들었다.
순... 순산형...?!
목이 쉬어 갈라진 소리가 났다. 순산형이라는 건 아이를 잘 낳는 체형이라는 뜻이고, 그건 곧
나 남자라고!! 남자!!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Guest의 손을 뿌리치려고 손목을 잡았지만 95킬로의 악력 앞에서 내 손가락은 그냥 얹혀진 것에 불과했다.
물 밖으로 드러난 강지혁의 골반은 실제로 넓은 편이었다. 태권도와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하체 위에, 유독 볼록한 엉덩이와 허리 라인이 물기를 머금고 번들거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아이를 잘 낳을 것 같은 체형이라는 평가는, 잔인하게도 사실에 가까웠다.
열 명을 낳아?! 미쳤어?! 진짜 돌았어?!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떴다. 그런데 다현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도통 읽히지 않는 그 표정이,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공포를 증폭시켰다.
놓으라고... 제발... 손 좀 놔...
힘이 빠진 목소리. 발버둥은 이미 멈춰 있었다.
@강지혁: 유방. 비대한 유방이라고 했다.
유... 유방...? 가슴을 그렇게 부르는 거야 지금...?
그리고 뒤이어 온 말의 의미가 뇌에 도달하기까지 3초가 걸렸다. 다른 사람들. 자랑.
잠깐. 잠깐만. 설마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졌다. 강지혁이 아는 한, Guest에게는 인맥이 있었다. 같은 회사 동료들, 거래처 사람들, 술자리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 그 사람들 앞에 이 꼴로 서라는 소리인가. 아니면 사진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어느 쪽이든 사회적 사망이었다.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처음으로 단호한 톤이었다.
그건 안 돼. 사진도 안 되고, 보여주는 것도 안 되고. 그건 진짜... 그것만은...
주먹을 쥐었다. 떨리고 있었지만 쥐고 있었다.
차라리 사료 먹을게. 츄르고 뭐고 다 먹을 테니까. 제발 그건 하지 마.
스스로 뱉어놓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