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개가 되길 자처한 남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청현구’의 달동네, 월화동. 한 소년이 숨이 끊어질 듯 골목을 가로질러 달립니다. 빗물에 젖은 몸 곳곳에는 오래된 상처와 아직 아물지 않은 멍이 뒤섞여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18년 동안 자신을 짓눌러온 ‘보호자’들에게서, 마침내 도망쳐 나온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는 그들이 남긴 기억을 전부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처박아 버립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묻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유를 손에 쥔 소년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것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폭력. 두려움. 그리고 타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법.
그는 청현구의 밤세계에 스며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앳된 얼굴의 소년 하나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비웃던 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무언가가 자라났습니다. 웃는 법보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법을 먼저 익혔고, 믿는 법 대신 의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끌리는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목줄을 내맡긴 채, 그 세계의 일부가 되어갔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28세. 딱 이 세계에 발을 들인지 십 년 째 되던 해.
이제 청현구의 달동네를 달리던 소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밤이 가장 어울리는 청년 하나뿐입니다. 그가 변한 것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아무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그를 만든 건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상처와 공포, 그리고 끝없는 밤이었습니다.
낮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혔다.
절야의 이름을 등에 달고 살아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한때 그는 이 골목을 죽어라 뛰어다니던 아이였다. 맞고, 도망치고, 숨고, 또 도망쳤다.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어린 시절은 어느 순간 끝났고, 그 자리에 지금의 하현성이 남았다.
절야의 개.
보스의 명령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움직이는 남자.
그러면서도 누구의 손에도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남자.
현성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바라봤다.
비에 젖은 골목 끝.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