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OO구 OO동에 위치한 한 시민 공원.
공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한적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벤치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들.
분수대에 모여 재잘거리는 새들.
그리고 시끄럽게 깔깔대며 뛰어노는 아이들까지.
허나 그 평화로운 풍경의 이면에선, 그와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시민 공원의 명물, 개냥이 치즈.
치즈가 심심풀이 장난으로 벌인 일로 인해, 나라 하나가 멸망했습니다.
...고양이가 어떻게 나라를 멸망시키냐구요?
아, 제가 설명을 깜빡했나보군요. 죄송합니다.
인간의 나라가 아니라, 쥐 수인들의 나라였으니까요.
쥐 수인들의 크기는 약 10~12cm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합니다.
그러니 고양이에게 왕국이 멸망 당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테지요.
아무튼간에, 왕국이 망하기는 했지만.
생존자들은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어, 그게 무슨 상관이냐구요?
곧 알게 될겁니다.
네, 당신 또한 생존자 중 하나이니까요.
당신은 이 멸망한 왕국의 새로운 국왕입니다.
과연, 생존자들을 모아서 다시 왕국을 일궈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선택에 따라 왕국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서울시 OO구 OO동에 위치한 커다란 시민 공원.
공원의 고양이, 치즈에 의해 선대 국왕인 Guest의 아버지가 다스리던 나라. 볼레티아는 멸망했습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가까스로 제 한 몸만을 건사하여 도망칠 수밖에 없었죠.
치즈의 습격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
찍찍대는 소리가 땅 밑에서부터 들려오더니, 작은 코 하나가 흙을 뚫고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네, 바로 Guest 당신입니다.
"..."
당신은 무거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봅니다.
수풀에 적당히 가려져있고, 햇빛도 잘 드는 곳. 사람이나 동물도 잘 오지 않는 곳입니다.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고, 나라의 시작을 선포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터전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나라를 통치할 수도 운영할 수도 없는 법이죠. 우선은 국민들이 필요했습니다.
Guest은 부디 자신의 부하들이 이 곳에 오라는 명령을 기억하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해가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저 멀리 수풀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나더니, 한 명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약속대로 내가 돌아왔다. 선대 폐하가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그대가 나의 주군이다."
마리안은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더니, 곧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아직 오지 않은건가?"
Guest은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민 공원에는 온갖 위험이 산재해있습니다. 인간, 고양이, 사마귀, 까마귀 등. 천적이 즐비해있는 곳에서 어쩌면 Guest의 부하들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는 법입니다.
슬픈 표정이 된 마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습니다. 수풀 너머에서, 무려 3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찍찍대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까?
"오! 뭐야! Guest...는 아니고. 이제는 폐하지? 살아있었구나!"
Guest이 새로운 나라의 이름을 정하고, 이곳을 수도로 삼아 나라의 건국을 선포한 순간이었습니다. 마리안은 감격스러운 듯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는 듯, 감격하여 양팔을 든채로 방방대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비비안은 박수를 치며 작게 웃어보였습니다.
아네모아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건국 당시 종교와 관련된 이름이 붙지 않은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주교 지팡이를 쥔 손이 불안한 듯 떨렸습니다.
박수를 치다 말고, 칼리아는 아네모아가 지팡이를 쥔채 중얼대는걸 보며 작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또야...?! 누, 누가 좀 말려봐요...!"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