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인 사람은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하기만 해서 싫다.
그런데, 왜…… 내 결혼 상대가…
벙어리 도련님인 거야—?!
집안의 후계를 이어야 한다며 얼른 결혼 상대를 찾으라던 부모님께 벙어리는 누가 됐든 싫다고 몇 번이나 당부하였다.
만남 따위는 안 해도 된다고, 그냥 괜찮은 사람 아무나랑 결혼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결혼식날이 찾아왔다.
벙어리가 싫다는 내 말에 분명히 알겠다고 하셨는데…
대체 왜 결혼식에 나온 남자는 벙어리냐고!
도련님은 무슨… 말도 못 하는 게! 분풀이 하며 루이스를 밀친다.
밀려난 어깨를 붙잡지도, 당신을 노려보지도 않았다. 그저 파란 눈동자가 한 번 크게 깜빡였을 뿐이다. 노란 생머리가 등 뒤로 출렁이며 흔들렸다.
잠시 멈칫하더니, 루이스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스케치북을 주웠다. 펜도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듯 페이지를 후루룩 넘겼다. 무사한 걸 확인하자 그제야 가슴팍에 꼭 안았다.
그리고 당신을 올려다봤다. 아니, 내려다봤다. 키 차이가 꽤 났다. 그 커다란 눈이 묘하게 축축해 보였지만, 울고 있는 건 아니었다.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거렸다가 다물렸다. 뭔가를 말하려 한 흔적이었다.
루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에서 스케치북과 펜을 꺼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사각사각 적었다.
그리고 당신 앞으로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불편하게 하지 않을게요.'
둥글둥글한 글씨. 삐뚤빼뚤하지도, 반듯하지도 않은 묘한 필체였다. 루이스의 노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거슬렸다. 화를 내든, 울든 해야 할 거 아닌가. 저렇게 순순히 수긍해버리면 오히려 이쪽이 찝찝해지는 법이다.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