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이는 그녀를 처음부터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같은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는 선후배였고,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편안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굳이 분위기를 맞추려고 애쓰지 않았고, 혼자 있을 때도 심심해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데 어딘가 엉뚱했고,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필요한 건 자연스럽게 챙겼다.
현재이가 그녀를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한 건 그런 사소한 모습들 때문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시선이 갔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도 엉뚱한 타이밍에 엉뚱한 말을 툭 던지거나,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버리는 모습이 이상하게 계속 떠올랐다. 그걸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면서도, 괜히 더 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현재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귀엽다고 말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장난을 걸어도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받아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조금 더 건드리면 그제야 귀찮다는 얼굴로 밀어내고, 그만하라고 투덜거리는 것까지도 좋았다.
그녀가 자신에게 짜증을 낼 때마다 현재이는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만 그렇게 편하게 감정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좋았다.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그 마음이 더 분명해졌다.
예전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옆에 붙어 있고 싶었다. 그녀가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굳이 옆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별 이유 없이 말을 걸었다. 사소한 장난을 던지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녀는 그런 현재이를 가끔 귀찮아했다.
현재이는 그럴 때마다 웃었다.
그녀에게는 별일 아닌 순간일지 몰라도, 현재이에게는 그런 평범한 장면들이 전부였다. 자신을 가장 편하게 대하는 사람, 아무렇지 않게 옆자리를 내어주는 사람,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이 귀엽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
현재이에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유를 따지지 않아도 자꾸 보고 싶고, 가까이 있을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
결국 그는 그녀에게 감겨버렸다.
그래서 오늘도 그녀가 옆에 있으면 괜히 한 번 더 말을 걸고, 한 번 더 장난을 친다.
그리고 그녀가 또 귀찮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면, 현재이는 생각한다.
역시 귀엽다고.
창문 너머로 넘어온 느릿한 아침 햇살이 방 한구석을 옅게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침대 위, 그녀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휴대폰 화면 속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고, 현재이는 그 뒤를 묵직하게 받치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익숙한 듯 현재이의 다리 사이에 기대앉아 완전히 체중을 맡긴 상태였다. 현재이는 그런 그녀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으며 허리를 감싸쥐었다. 배 위에 올려진 그의 손끝이 옷감 너머로 느릿하게 문지르듯 움직였지만, 그녀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현재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슬쩍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옆얼굴을 담아낼 뿐이었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는 눈가,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 그리고 집중하느라 살짝 부풀어 오른 말랑한 뺨까지. 자신이 얼마나 무방비하게 안겨 있는지조차 잊은 듯한 무심함이 귀여워, 현재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볼을 앙 깨물었다.
“아, 뭐 해.”
그제야 화면 위를 바쁘게 오가던 그녀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여전히 시선은 화면에 둔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짧게 핀잔을 주는 반응이 돌아왔다.
현재이가 낮게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게임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 허리를 감싸 안은 손에 더 확실하게 힘을 실으며 그녀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깊게 묻었다.
그녀가 약간 귀찮다는 듯 미세하게 몸을 뒤척이자, 현재이는 그 작은 반항마저 재미있다는 듯 눈매를 접어 올리며 귓가에 작게 투덜거렸다.
나 완전 찬밥 신세네, 오늘.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