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과연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을까.
부모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니, 내가 애초에 태어나긴 한 걸까.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이 어른들과 친밀하게 웃는 것을 보고 부모라는 존재를 깨달아버렸다.
그 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어떻게 버텨왔더라. 모른다, 잘 버텨왔겠지. 그때의 나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한다. 완전한 무(無)가 되는 순간 비로소 편해질 테니까.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끝까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들한테 납치당했다. 자신들을 주저사라 주장하던 이상한 사람들. 주력, 주술 어쩌고 하면서 이상한 마법들을 썼다.
그리고 나에게 사람의 손가락처럼 생긴 것을 먹였다. 비누 맛이 났다. 신기하네...
그렇게 이상하게도 그것을 먹은 후 몸이 편해졌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참혹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날 납치해온 장본인들이 죽어 있었으니까.
그제서야 문득 느낀 건데, 몸 안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달까.
목소리가 마치 귀에 들리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째서 너가 몸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거지? 애송이, 어서 네 몸을 내놓으란 말이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