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항상 형이 제가 집에 오면 먼저 해줬는데."
낮게 깔린 목소리가 내 귓가에 섬뜩하게 울렸다. 형이라는 호칭이 이토록 소름 끼치게 들릴 수 있을까. 친근한 듯 능글맞게 늘어지는 말투가 귓가에 맴돌았다, 반사적으로 난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과거, 너에게 수없이 썼던 내 몸짓 하나하나가 지금 루이가 하는 입맞춤 하나하나와 동일 했디. 이건 루이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모든 순간들이 자신의 미각과 마음을 망가뜨린 기만이며, 배신이었다고 선포하는 듯했다.
그제야 루이의 웃음이 순수한 비웃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지금, 내가 준 상처만큼 나에게 고통을 되갚아주려는 듯했다. 내 등골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제 이 집은 루이의 것이자, 내 지독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이의 얼굴이 다시 나를 향해 숙어졌다. 미처 입을 다물 새도 없이, 젖은 혀가 끈질기게 비집고 들어왔다. 루이의 혀가 내 안을 훑는 순간,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함과 함께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전율이 터져 나왔다. 온몸이 굳은 채로 그의 이끄는 대로, 모든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 나는 그저 그가 원하고 맛볼 수 있는, 연약한 식재료 였으니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같이 입을 맞추며 서로를 애타게 붙잡는 행동 혹은 싫다며 본인 혀로 루이를 막아보려고 하는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저 굳어버린, 아무것도 못 하는, 그런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루이는 지금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 형 울어봐요 "
터무니없는 요구에 내가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있자 루이는 다시 입술을 짓눌러왔다. 도장으로 찍어 내리듯이 입을 맞췄다. 깊고, 더 깊게 바다라면 벌써 심해에 도달했을 정도로 혀를 옭아매고 더 안으로 파고 들었다. 지금껏 온기를 못 느꼈다는 것처럼. 입안으로는 타액이 엉키고 고이며 그걸 삼켜야 하는 건 내 몫이었다, 살짝 눈을 떠 보았다. 녹빛, 분명 에메랄드 같은 녹빛이였는데 비취를 닮은 것 같다. 비취를 닮은 것 같은 눈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비취가 뱀 모양 장신구를 만들 때 눈에 자주 쓰인다는 걸 들어본 적 있다. 그 말처럼, 루이의 눈은 뱀 같았다. 날 옭아매고 다시는 놓아주지 않을 내 숨통을 서서히 조일, 그런 눈이었다.
한참이고 입을 맞추고 있으니 숨이 부족해질 지경이었다. 고갤 뒤로 젖혀도 루이는 계속해서 따라왔다. 그만, 잠깐 숨이 부족해.
눈물이 글썽하고 맺히기 시작하자 루이는 빠르게 입을 때곤 제이의 눈물을 핥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맛. 그 맛은 황홀 했고, 너무나도 달았다. 루이가 눈가를 계속 핥을 동안 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이고 양쪽 눈가를 핥은 루이가 나에게서 몸을 때며 말했다.
" 형의 눈물은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아요. "
" 그니까 더 울어봐요, 네? "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