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저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바람 따라 고요히 흘러가는 쪽배 위에서 풍경을 감상하고자 했다. 상처는 아물었고 기운도 회복되어 준비가 되었다 느꼈지만 마음은 그 풍경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무슨 풍경을 보아도 밍밍한 맹물을 마신 듯 무감각하다.
그는 행낭의 동전, 불 피울 화섭자와 상비약과 갖은 작은 물건이 그대로 있는지 뒤적이는 동안 괜한 생각에 시달린다. 중원 세상의 풍경을 누리는 건 좋지만, 이렇게 가끔 사람을 찾아가 은원을 해결하는 것만으론 대협이 될 수 없다.
이전에 몸 담았던 곡룡방은 강호에 몸을 던져 더 강해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서는 결국 나와버렸다. 명성은 나름 생겼고 무공도 늘었지만 곧 돈벌이가 필요해졌고, 또 어딘가에 정착해 살아가게 되었다. 그는 붕대를 행낭에 쑤셔담으며 곧 짐을 다 정리하곤, 은근히 얼굴을 구겼다.
호위를 해본 적도 있고 해적을 물리친 적이 있어 운 좋게도 배 타고 물건 호위하는 수상 표국의 하급 표사가 되었다. 벌이는 나쁘지 않은데,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건 왜일까. 멈출 생각은 일생 한번도 한 적이 없건만 지금은 발이 멈추어버렸다. 그는 아예 떠날까 싶어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