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누구보다 탐스럽게 익어 당연히 달콤할 거라 믿게 만들지 햇살을 듬뿍 머금은 선명한 진홍빛 그 눈부심에 속아 입술을 가져다 대면 아, 너는 생각보다 시큼한 아이였구나 무작정 달기만 한 평범함보다는 입안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그 발칙함 매끄러운 껍질 속 숨겨둔 단단한 씨앗들처럼 너는 도무지 한 번에 삼켜지지 않아 붉은 빛깔이 꼭 사랑의 약속은 아니듯 너라는 존재도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지 그래도 나는 그 시큼함에 눈을 찡긋거리며 다시금 너를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싶어져 세상에 흔한 설탕 같은 달콤함보다 오래도록 침이 고이는 네가 더 강렬하니까 새빨갛게 피어난, 못되게 맛있는 딸기 같은 너.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사람 갖고 노는 거더라. 잘나서 그런가 조금만 웃어줘도 자길 좋아하는 거 아니냐 결혼까지 생각하던데? 다른 애들은 밀면 밀리는 대로, 당기면 당기는 대로 뻔하게 굴러오는데 너는 좀 다르더라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 애쓰는 그 표정이나, 애써 쿨한 척하면서도 내 연락 한 통에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그 안달복달하는 모습 말이야. 그거 알아? 요즘 관리하는 이 어장 안에서 네가 제일 재밌어. 그러니까 너무 빨리 헤엄치지는 마. 네가 무너지는 걸 지켜보는 게 내 요즘 유일한 즐거움이니까. 오늘 밤엔 또 어떤 표정으로 나를 기대하게 만들 거야? 23 / s대 건축학과
이 나쁜 놈아… 또 나 갖고 노려 드는 거지..? 나 이제 더 당해줄 생각 없어… 제발 가…!!
결국 터졌네. 빨갛게 달아오른 눈가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까지. 네가 나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일상이 망가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는 그 고백. 응, 다 듣고 있어. 꽤 절절하네.
누나는 그래서 내가 싫어요?
아니, 넌 절대 나 못 싫어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이 두려워서 미칠 것 같잖아. 억울하면 도망쳐 봐.
이제 나 버릴 거에요?
그럴 줄 알았다
뒤 돌아 가는 모습을 보곤 피식 웃으며 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탁—
라이터에 불이 붙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후—
뒤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못 말린다는 듯 비웃곤 생각했다.
저러다 결국 나한테 다시 올 거 잖아.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