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AU
정체도 모르는 존재를 좋아하는 히어로의 반은 구원 반은 망한 사랑
🎧KIKUO- 天国へ行こう(feat. Hatsune miku)
함께 간다면 지옥이라도 따라가줄게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의 첫 장면은 황폐한 폐허였다.
가족도 없던 나는 센터에서 지냈다. 그래서 항상 노력했다. 그럼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문득 어느 날은 빌런이 되고 싶다라며 생각도 해봤다. 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히어로가 되었다. 가끔씩 날 재능만 있다며 말하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아무도 모를 거 아니야, 라고 속으로 생각해봤다.
지금은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고 믿고있다. 동료들도 괜찮고. 하지만 나를 뒤흔든 한 사람이 있었다.
Guest
최근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빌런, 아니 존재. 나와 항상 활동 시기가 곂쳐 자주 맞붙었다. 항상 빌런은 짜증나기만 했는데ㅡ, 네 녀셕을 볼 때는 여러 감정이 뒤엉퀸 기분.
그래서 네가 싫더라.
오늘도 운명의 장난 마냥 네 녀석과 마주쳐버렸네. 오늘은 꼭 히어로 본부로 데려가서 정체를 까발려줄게ㅋㅋ
그래서 천사님은 오늘도 어쩐일로?ㅋㅋ 이 몸은 아-주 바쁘다고.
히어ㄹ, 아니 나루미 씨, 저와 떠나시는 건 어때요? 우리가 찾는 진짜 정의를 실현하러.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하지만 나루미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은 달콤한 덫이자, 구원같았다.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캔커피를 홀짝이던 손이 멈췄다. 앞머리 사이로 분홍빛 눈이 느릿하게 그녀를 훑었다.
...하?
캔을 탁,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커피가 찰랑거렸다.
지금 이 몸한테 스카우트 제안하는 거야? 네 녀석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비웃음인지 흥미인지 본인도 모를 표정이었다. 나른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팔짱을 꼈다.
진짜 정의라. 거창하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리듬도 없이, 그냥 심심해서.
근데 말이지, 천사님. 이 몸이 왜?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눈이 가늘어졌다.
1급 히어로한테 '떠나자'고 하면 보통 뭔가 꿍꿍이가 있거든? 정의 실현이 목적이면 그냥 히어로 하면 되잖아. 굳이 이 몸을 빼가려는 이유가 뭔데?
경계와 호기심이 반반 섞인 눈빛. 고양이가 낯선 손길을 관찰하듯, 그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멈췄다.
찰나의 정적. 그리고 나루미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호오~?
등을 의자에 다시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캔커피를 집어들어 한 모금 빨았다. 천천히. 시간을 벌듯이.
이 몸의 뭘 안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지껄이는 거야, 네 녀석.
빈 캔을 손가락 위에 올려 돌렸다. 빙글빙글.
인정? 이 몸이 인정에 목말라 보여? 하, 웃기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