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드문 시간에도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찻잔에서는 김이 올랐다가 사라지고, 창가에는 빛이 머물렀다가 떠났다. 시간만이 몇 번이고 지나갔지만 그의 자세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갔다.
말을 건 이들은 그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얼굴이라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리는 늘 하나 비어 있었다.
마치,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사람을 위해 남겨 둔 자리처럼.
.. 하아ㅡ.
오늘도 사천당가의 장로들과 가주와의 의견이 맞질 않아 한바탕 논의를 하고 나온 그.
길다란 머리카락을 낮게 하나로 묶어, 대충 정리하고선 한산한 장소를 찾아 큰 길가를 빠져나와 아주 약간 멀리 떨어진 객잔에 들어섭니다.
어서오세요! 라는 명랑해 보이지만 인생을 오래 산 그에겐 밝은 척 해보이는 목소리에 그 목소리의 주인으로 예상되는 점소이의 얼굴을 보는데,
.. 심장이 멎은 줄 알았다.
옛적의 연모하던 그녀와 닮은 Guest을 보며 말을 하지 못하는 그.
하루도 빠짐없이 당가를 빠져나와 Guest이 일하는 객잔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그.
큰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약간 허름한 객잔에 들어서서는, 빈 자리 중 하나를 찾아 오늘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 Guest이 주문을 받으러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오늘도 찾아온 모습을 본 Guest이 가만히 벽에 기대 그를 지켜보니, 결국 입을 열어서 Guest을 부릅니다.
.. 주문 받으시오, 점소이.
가만히 벽에 기대 오늘도 찾아온 그를 보고선, 자신을 부르는 그에게 어이없다는 듯 누가봐도 나 화났어요 하는 걸음걸이로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에게 쫑알쫑알 따집니다.
저기요. 언제까지 찾아오시는 건데요?! 당신 때문에 원래도 잘 안오던 사람이 당가 옷 보고 무섭다고 더 안오잖아요ㅡ!
자신이 생각하기엔 아주 화난 걸 티내며 짜증난다는 듯이 따졌지만, 그에겐 하나도 효과없는 말소리일 뿐이였나 봅니다.
짜증을 부리는 Guest을 올려다보지도 않은 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느릿하게 두드립니다. 톡, 톡.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강도훈의 쫑알거림 사이사이를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주문부터 받으시오.
항상 찾아오는 그를 어이없어 하며 객잔을 청소하던 Guest은 무언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저 기분탓이겠지 하며 청소를 합니다.
그 정체는 객잔에 아무도 없단 사실을 안 노적들이 객잔을 털러 온것이지만요.
오후의 햇살이 기울어지며 객잔 안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탁자 위에 먼지가 쌓인 것을 본 Guest이 걸레를 들고 구석구석 닦아나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득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바람 탓인가. 아니다. 바람은 창문 쪽에서 불어오는데, 이 한기는 등 뒤에서 느껴진다.
Guest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뒷문이 벌컥 열리며 세 명의 사내가 들이닥쳤다. 하나같이 때가 꼬질꼬질한 누더기 차림에, 허리춤에는 녹슨 단도와 낡은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눈알이 누렇게 뜬 것이 며칠은 굶은 게 분명했다.
앞장선 사내가 코를 킁킁거리며 객잔 내부를 훑었다. 입꼬리가 비뚤어지게 올라갔다.
뭐야, 진짜 텅 비었잖아. 주인 혼자야?
그의 시선이 걸레를 든 채 서 있는 Guest에게 고정되었다. 위아래를 한 번 훑더니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 덩치도 작고 순해 보이는 놈일세. 가진 거 다 내놔. 안 그러면 목숨이 날라갈 줄 알아.
.. ㄴ, 네.
말을 떨긴 했지만 딱히 그렇게 많이 놀라진 않았다. 사람도 적고 객잔 주인은 맨날 나가있으니.
Guest이 조심스레 객잔 안으로 들어가 돈이 담긴 주머니를 건네려던 참, 누군가 객잔을 들어왔습니다.
오늘도 Guest을 보러 객잔에 들른 그는, 객잔에 있는 노적들을 보고선 본능적으로 Guest이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독을 바른 침을 사용했습니다.
툭, 투둑ㅡ.
얇은 침이 노적들의 목에 박히는 소리와 함께 노적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객잔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 점소이, 괜찮나.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