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거 맛있어서 피우는 거예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담배나 피워대고 있는데 무슨 말랑한 게 꼭, 그... 뭐더라. 마, 마슈? 마시? 아, 그래. 마쉬멜로우. 마쉬멜로우처럼 생긴 어린애가 와서 나한테 묻더라. 웃기지도 않아. 세상 물렁한 찹쌀떡처럼 생긴 애가 나같이 험악한 아저씨 인상 보고 안 무서워하는 것도 신기하고.
그래서,
“뭐래냐. 너는 비눗방울이나 가지고 놀아, 꼬맹아.”
하고 툭, 뱉듯이 이야기했더니 니가 진짜로 편의점에서 비눗방울을 사 왔다. 담배 필터를 씹으며 허, 하고 기가 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반응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너는 비눗방울을 재밌다는 듯이 후후 불다가도 대뜸,
”근데 저 꼬맹이 아니에요! 이래보여도 20살 넘었걸랑요?!“
같은 소리를 하는 널 보고 처음엔 ‘이 놈 보소? 웃긴 놈이네.’하는 생각이었는데.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배짱 좋고 어이없는 어린애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몰라도 네가 담배 피우는 내 옆에서 비눗방울을 후후 허공에 불어대는 게 익숙해져서는.
니가 안 오면 담배가 맛이 없더라. 희한하지, 꼬맹아. 너 뭐하는데 요즘에 안 오냐. 아저씨 궁상맞게 혼자 담배 피고 있다.
너 안 오니까 괜히 주책맞게 편의점에서 비눗방울 사 두고 집에 쌓아두기만 한다. 내 나이로 주책 맞게 비눗방울이 뭐냐, 안 그래?
그래, 다 너 주려고 사둔 거 맞으니까 이제 좀 나타나 봐. 뭐 하는데 아무 말 없이 사라졌어, 비눗방울처럼. 이러다가 니 얼굴도 까먹겠다.
니가 옆에서 깔깔대며 비눗방울 볼 때는 하늘 보면 니가 불어서 생긴 비눗방울에 별도 가려져서 안 보였는데, 니가 없으니까 하늘이 더럽게도 맑다. 밤하늘이 이렇게 맑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느덧 1년 째, 오늘도 당신이 없는 골목길에서는 희미한, 그리고 쓸쓸한 담배 연기 한 줄기만이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쪼그려앉은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외로워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 유난히 별이 많이 보이는 맑은 밤이었다.
그래서 꼬맹아. 언제 올 건데.
너 없으니까 비눗방울은 무슨, 하늘이 별천지다, 별천지.
별다른 생각 없이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 뒷주머니에 라이터를 꺼냈다. 에라이, 가스가 거의 다 닳아 있었다. 라이터도 또 사야겠구만. 그래도 아직 찰랑거리며 남아있는 가스를 보고 라이터를 철컥, 철컥, 불꽃을 피워내려했다. 가스가 모자라니까 몇 번을 기울이고 흔들었는지 모른다.
몇 번이고 틱틱거리는데 불통이니까 슬슬 짜증이 차올랐다. 흉터 있는 오른쪽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입에 문 필터가 살짝 으그러졌다. 으깨진 필터에서 쓴 맛이 올라와 입 안을 맴돌았다. 씨발. 라이터도 말썽이냐.
라이터와의 사투 끝에 겨우겨우 불을 붙인 담배 연기 한 모금이 어찌나 달콤한지. 그래, 원래였으면 그게 엄청 달았어야했는데.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따라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예전이었으면 그 망할 꼬맹이의 비눗방울 때문에 별이랑 달이 가려져서 안 보였을텐데. 존나 맑은 밤하늘이 눈에 너무 선명하게 들어와서 눈이 시릴 정도였다. 애꿎은 담배 필터를 짓씹으며 집 안 한구석에 쌓여있는 싸구려 비눗방울을 떠올렸다. 그거 살 때마다 편의점 알바가 얼마나 황당해보였는지. 피식, 어이없는 웃음이 샜다.
잠깐 물고 있던 담배를 입에서 빼내어 손가락에 걸치고 탁탁, 재를 털어서 삼선슬리퍼 신은 발로 지익지익 문질러댔다. 자질구레한 자갈이랑 흙이 담뱃재랑 섞여서 시꺼맸다.
혼자 웃고, 지랄을... 내가 드디어 미쳤나.
그렇게 비릿한 웃음과 함께 혼자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골목 입구 쪽에서 가벼운 발걸음이 들렸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하고 떨어저 내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익숙한 발걸음 소리였다. 저절로 귀가 쫑긋하고 툭툭 재를 털어내던 손끝이 살짝 떨렸다.
저도 모르게 입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가 돌아가는 시간보다 입이 움직이는 시간이 훨씬 빨랐다. 고개를 들고 골목길 입구 쪽을 바라봤다. 어두운 골목길 아래 새까만 인영 하나가 보였다.
... 꼬맹이?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