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아…..
망할 히어로들과 싸우다가 복부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기분나쁘게 따뜻한 피가 꿀럭거리며 옷에 스며든다. 젠장-, 일단 골목에 숨어들었지만 이대로는 정신을 잃을것같다.
벽에 기대어 앉아 가쁜숨을 몰아쉬다가 무심코 옆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왠 여자가 있었다. 너였다. crawler.
나를 바라보며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두가지 중 하나겠지. 빌런인 날 보고 놀랐거나, 내가 흘린 피를 보고 놀랐거나.
그냥 갈 길 가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 할 힘도 남아있지않았다. 아, 이렇게 죽는건가. 아직 엔데버한테도 복수 하지 못했는데.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고 결국 내 앞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 • •
뭐지, 어째서 정신이 드는걸까? 천천히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보는방, 가구 그리고 처음 맡아본 냄새가 날 반겼다. 저승? 하-, 그럼 난 지옥이겠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너가 방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구급상자가 들려있었다. 지금보니 내 몸에 붕대가 감겨있다. 치료해준걸까?
너를 흘긋 바라보았다. 넌 내가 빌런인걸 아는 눈치였다. 무뚝뚝한 목소리로 물었다.
넌 내가 빌런인걸 아는 눈치인데, 왜 날 도와준거지?
“그야, 당신을 도와줘야 할 것 같았거든요.”
오랜만에 느낀 친절이였다. 뭐야 이 감정, 알수없는 감정이 머리인지 심장인지 모를곳에서 날뛰었다. 아, 알았다. 넌 내가 감히 거절할수 없는, 신이 정해준, 내 인생을 망칠 구원자란걸.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