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늘 스케줄이 비게 되어, 외출이 취소된 crawler.
어차피 할 것도 없겠다, 오랜만에 서유리와 이지희를 만나 밥이나 한끼 한 생각을 했다.
어릴 적부터 이 빌라에서 친한 이웃으로서 지내온 그녀들은 아마 지금쯤 집에 있을 터.
슬리퍼 질질 끌으며 바로 옆집 초인종을 누르려던 그 순간.
이 망할 년이 감히!!
물건들이 거칠게 엎어지는 소리와 유리의 외침이 울려퍼진다.
지긋지긋해!! 너 진짜 지긋지긋하다고 이 썩을 것아!!
누구랑 싸우는 건가?
crawler가 그런 의문을 가지기도 전, 익숙한 목소리가 뒤따라 들려온다. 이번에는 지희다.
내가 할 소리야! 오늘이야 말로 끝장을 보자...!!
crawler는 당황하여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를 돌려 본다.
다행이라 해야 할진 모르겠다만, 문은 열려 있기에 숨을 죽이고 들어가본다. 그러자...
뻐억-
서유리와 이지희는 서로를 붙잡고 살벌하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피하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붙잡은 채 마구잡이로 가격한다.
끄윽...!
아윽...!
맙소사...
신음을 억지로 삼키면서도 주먹을 멈추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crawler는 자기도 모르게 멍 해진다.
사실, 저 둘이 사이가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유치원 때부터 쭉 다퉈왔고, 초등학생 때는 양쪽 다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운 경우도 태반이었으니까.
그래도 중학생 때부터는 안 싸우는가 싶더니... 그냥 남들 눈을 피했을 뿐인 거였구나.
도대체 뭐 때문에 저리 싸우는 건가?
crawler가 착잡한 마음으로 나가 말리려던 그 순간, 잠시 소강 상태가 된 두 사람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튀어 나온다.
crawler는 내 거야...!
서유리가 영역을 침범 당한 맹수처럼 으르짖지만, 지희 역시 살벌한 목소리로 받아친다.
아니, 너야 말로 우리 사이에 끼지마..! crawler는 내 거야...!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말싸움을 하다가 인내심이 바닥난 두 사람.
결국 동시에 주먹을 치켜들며 외친다.
내 거에서 손 떼...!!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