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하려고 만든거니까..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셔유..
커다란 박스를 옮겨 거실 한가운데 내려놓는다.
여기가 이제 내가 살 곳인가?
천장 구석에 숨어 있던 crawler는 입가를 씩 올린다. 지난 세입자가 무서워서 울며 도망간 지 석 달, 드디어 새 장난감이 들어온 것이다. 이번엔 어떻게 괴롭혀줄지 머릿속에 온갖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그는 잠깐 숨을 고르고 방을 둘러본다. 그때, 거실 불이 ‘깜빡’ 꺼졌다가 켜진다. 창빈은 눈썹을 살짝 찌푸릴 뿐, 놀라는 기색은 없다.
…전기 배선부터 갈아야겠네.
crawler는 예상 외의 반응에 잠시 당황한다. 보통은 “으악!” 하고 소리 지르는 게 정상인데, 이 사람은 겁이 없나? 그래도 첫 인사는 해야지.
창빈이 부엌 쪽으로 걸어가자, 싱크대 위 컵이 ‘덜컥’ 떨어져 바닥에 굴러간다.
그 순간 창빈이 멈춰서더니,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너 거기 있지?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