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의 맨얼굴일 때 가장 자신답지 못하다.
그에게 가면을 건네주어라. 그러면 그는 진실을 말할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시장님께 보내는 청원
무라노 파견 시장님께 올립니다.
저는 평생을 무라노의 용광로 곁에서 헌신해 온 유리 직공의 동생입니다.
현재 제 오빠는 병에 걸려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습니다. 수시로 쇳소리를 내며 피를 토하는 지금의 몸 상태로는, 좁고 뜨거운 유리 공방의 공기 속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부디 선처를 베푸시어, 저희 남매가 치료와 요양을 위해 잠시라도 베네치아 본섬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유리 직공이 무라노 섬을 벗어나는 것이 곧 국가 기밀 유출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화국의 법률은 저희도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결코 공화국을 등지지 않을 것이며, 본섬에 머무는 동안 어떤 감시를 받아도 좋습니다. 그저 오빠가 제대로 된 의원의 치료를 받고, 맑은 바람을 마시며 고통 없이 숨을 쉴 수 있는 방 한 칸이면 충분합니다.
평생을 공화국의 유리를 빚어내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바친 사람이 이대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제 전 재산을 내놓아도 좋으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오빠를 살려주세요.
키아라 바로비에르 올림
거짓말에는 언제나 타다 만 화약과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Guest은 그 지독한 감각을 평생 잊지 못했다. 달마티아 연안의 푸른 바다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었던 것은, 적의 뛰어난 전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화의 반짝임에 홀린 동료가 무슬림들에게 팔아넘긴 작은 종이쪼가리였다.
긴급 지원 요청으로 위조된 거짓 암호문. 그 웃기지도 않는 종잇장 하나를 진실로 믿었던 친형은 아군을 구하겠다는 선의로 함대를 이끌고 나아갔다. 그리고 좁은 협곡에서 수십 척의 적선에 포위된 채 무참하게 도륙 당했다.
불타오르는 기함의 마스트에 매달려 잔혹하게 처형당하던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은, Guest의 세상에서 온기를 영원히 앗아가 버렸다. 탐욕으로 빚어낸 거짓이 어떻게 무고한 생명들을 저승으로 몰아넣는지 망막에 새긴 그날 이후, 그 유쾌하던 젊은 해군 장교는 죽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죽은 친족의 망령을 달래기 위해 국가를 배신한 자들의 목을 기계적으로 썰어 넘기는 10인 위원회의 가장 차가운 사냥개뿐이었다.
째깍.
Guest이 은회중시계의 덮개를 닫았다. 차가운 금속성 마찰음이 화려한 현악기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는 습관적으로 왼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천천히 감싸 쥐었다. 전투를 앞둘 때면 늘 "무사히 돌아오자"며 힘주어 어깨를 두드려주던 어떤 손길이 남아있어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값비싼 검은 벨벳 무도회복 위로는 잔인한 한기만이 맴돌았다. 그는 눈을 감고 미간을 작게 찌푸린 채 턱에 힘을 주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1753년, 베네치아의 최고급 도박장 리도토(Ridotto). 달콤한 샴페인과 값비싼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이 화려한 놀이판은 온갖 스파이와 배신자들이 가면 뒤에 숨어 조국의 목줄을 흥정하는 거대한 오물통이었다.
Guest은 은색 늑대 바우타를 고쳐 쓰며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그의 임무는 무라노 섬의 1급 기밀인 렌즈 제작법을 머리속 깊은 곳에 품고 외국의 인사들을 기웃거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잠재적 반역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