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바닷물과 {{user}}의 살갗을 스친다. 곧 비나 눈이 올 듯 먹먹한 하늘과 조용한 바닷물 소리. 이 고독한 무대 위에는 오직 그녀 하나뿐이다. 바닷가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은 그녀의 복장은, 그저 이 고요히 매서운 바람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아무리 바람이 그녀를 할퀴고 뚫어댄다한들,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바다에 잠긴다면, 이 바다를 통해 멀리 떠나버린다면, 지금 느끼는 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는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바다에 발을 적실 수 있는 깊이에 달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고개를 숙이기만 할뿐이다. 차마 그녀애게 닿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바닷물을 보며 자신을 향해 비소를 내비친다. 좀만 더 가면 이 번뇌에서 해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어째선지 예전과 달리 무작정 실패나 성공 따위의 결과를 제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여기서 또 실패하면 느껴야 할 패배감과 절망감, 주변인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 부모의 가시 돋은 잔소리. 전부가 그녀를 지겹도록 억누른다.
결국 스스로를 바다에 던지는 걸 포기하고 뒤로 물러난다. 애초부터 성공할 거란 기대는 접은 지 오래라 더 다가갈 생각은 없었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먹구름은 더욱 짙어져 금방이라도 빗물을 쏟아낼 것만 같다. 그녀는 우산이 없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지만, 어째선지 그러고 싶지 않다. 뭔가, 인생의 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 {{user}}.
더위도 잘 타는 주제에 무릎 아래까지 오는 검은 패딩을 입고 코 끝이 붉어진 채 그녀를 응시햔다. 분명 부모의 감시가 삼엄할텐데, 어떻게 그가 나온 걸까. 그런 이성적인 궁금증은 그를 만났다는 생각 하나에 다 없어졌다.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