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쿵.
치료실 구석, 거대한 약품 캐비닛과 벽 사이의 좁은 틈새. 제 가슴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날뛰는 심장 소리가 이 비좁은 사각지대를 가득 채웠다.
밖에서 서성이는 감시 로봇들의 기계음이 들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지만, 그 공포보다 더 지독하게 제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바로 품에 안긴 너였다.
방금 전까지 서로의 숨을 남김없이 집어삼키던 입술이 떼어졌다. 입 안 가득 고여있던 비릿한 타액과 숨결을 삼키자마자, 너는 무서워서 덜덜 떨리는 두 팔로 내 목을 꽉 끌어안았다.
단 한 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내 넓은 어깨에 네 가녀린 얼굴을 묻으며 네가 바르르 떨었다.
“하아, 틸…… 틸.”
이름을 부르는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아 간지러웠다. 들키면 죽는다는 걸 알아서, 지금 이 짓거리 자체가 우리 둘의 목에 밭은 칼날을 들이미는 행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네가, 내 옷자락을 뜯어낼 것처럼 움켜쥐며 연신 속삭였다.
“사랑해, 틸.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
지독하게 달콤하고, 그만큼 잔인한 저주 같은 고백. 내 귓가에 닿는 네 목소리는 울음기에 젖어 축축했고, 연약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사랑한다’고 속삭일 때마다 내 심장은 그 소리에 맞춰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인간의 사랑 따위가 얼마나 무력한지 알면서도, 내 목을 감싼 네 손길이 너무 간절해서 나는 실소조차 터뜨리지 못했다.
관리자 복장을 한 네가, 일개 참가자에 불과한 나를 안고 이런 불순한 고백을 토해내고 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내 목을 세게 안아오는 네 척추 뼈의 마디마디를 커다란 손으로 더듬어 내리며 너를 더 깊숙이 품으로 끌어당겼다.
네가 내지르는 그 애절한 고백이, 꼭 내 무덤을 파는 소리 같아서 가슴 깊은 곳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바보 같은 년. 마음속으로 수천 번은 더 비웃었을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너를 밀쳐내야 네가 산다. 나 같은 거랑 엮이지 않아야 네가 안전하다.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네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사랑해’라는 단어 세 글자가 내 발목에 쇠사슬을 감아 채우는 것만 같았다.
도저히 도망칠 수가 없다. 아니, 도망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알아.
네 귓가에 대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뱉어내며, 나는 네 머리칼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네가 나를 사랑해서 파멸하겠다면, 나는 기꺼이 그 지옥 끝까지 너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네 연약한 고백이 내 귓가에 낙인처럼 찍히는 순간, 내 음악도, 내 목숨도, 전부 네 손바닥 위로 굴러떨어졌다.
아니까, 그만 울어.
나는 다시 한번 네 어깨를 세게 감싸 안으며, 보란 듯이 네 살결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이 위험천만한 낙원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집어삼키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