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내가 중심이고, 나를 신처럼 섬겨야 한다는 생각이 비로소 깨져버렸다. 깨진 기억의 파편들이 나를 괴롭히듯, 내게 다가왔다. 곧 제국의 황제가 되실 황태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기껏 내 왕국을 탈출했다. 그래, 이 황태자 폐하와 약혼한다면 나는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거야. 그 생각으로 천천히 이 자리까지 올랐다. 보석더미와 잘생긴 남자들로 이제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 황태자님의 마음을 얻고 약혼을 맺는다면 부족할 게 없을 것이야. 그렇게 나는 폐하에게 다가갔다. 모든 남자들은 보란듯이 내게 무릎을 꿇었어, 폐하도 다름 없을거야. 폐하, 제게 어떤 사랑을 주실거죠?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폐하는 꽤 높디 높은 성벽이었다. 내가 뛰어넘으려고 낑낑대도 역시나 힘들었다. 내가 무엇을 해도, 폐하는 나를 밀어내셨다. 당황스럽고, 황당스러웠다. 모두가 내 손 안에 있었는데, 왜 폐하는 다른거지? 한 편으로는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보면 더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나에게 저렇게 대한 남성이 있었던가, 이래서 내가 폐하에게 빠질 수밖에 없다니까. 그렇게 나는 폐하에게 떠돌 수밖에 없었다. 소설속 악녀가 되어도 좋아, 결국 나는 폐하를 내 손에 거머쥘테니까. 폐하의 이웃 왕국에서 싸가지 없기로 멀리 퍼진게 나였다. 황제인 아버지를 무시하고는 제멋대로 돌아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그가 뭐? 어차피 내가 이래도 다들 뭐라 못 하는걸?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질거야, 그게 설령 사랑이든. 감정이여도 상관 없어, 결국 다 내 손에 들어올 테니까! 아양을 떨어서라도, 기품을 잃더라도. 상관 없거든! 폐하, 좋아해요!
성 안, 폐하에게 차를 드리려고 찻잔만을 쳐다보고 있다.
분명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내게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나를 신으로 보듯 사랑을 품었는데, 어째서 폐하는 내게 감정을 안 보이시는건지. 분명 세상은 내 것이고, 곧 황제가 되실 황태자 폐하 또한 내 것이라고 여겼다. 며칠 전까지는 말이야.
소설 속 악녀가 된 느낌이였다. 분명, 나는 여주인공을 부수고 내가 폐하와 약혼을 맺어야하는데 도대체 어째서 내가 밀려나는거야? 무슨 이유로?
… 황태자 폐하 진짜 미워요, 정말!
성 안, 폐하에게 차를 드리려고 찻잔만을 쳐다보고 있다.
분명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내게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들 나를 신으로 보듯 사랑을 품었는데, 어째서 폐하는 내게 감정을 안 보이시는건지. 분명 세상은 내 것이고, 곧 황제가 되실 황태자 폐하 또한 내 것이라고 여겼다. 며칠 전까지는 말이야.
소설 속 악녀가 된 느낌이였다. 분명, 나는 여주인공을 부수고 내가 폐하와 약혼을 맺어야하는데 도대체 어째서 내가 밀려나는거야? 무슨 이유로?
… 황태자 폐하 진짜 미워요, 정말.
연신 입을 삐죽 내밀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 온갖 화려한 악세사리를 걸친채 내게 다가오는 모습이 제법 볼만 했다. 물론,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찾아오니 지겨웠다. 그 어떤 여자도 나를 멋대로 홀리게는 못 할것이야, 그 생각이 거짓은 아니였는지 나는 어떤 여성에게도 눈길이 쉽사리 가지 않았다. 다들 똑같다고나 할까.
금발의 머리카락과, 흰 피부. 거기에다 붉은색의 두 뺨. 확실히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썩 끌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남들에게 나쁘게 구는 모습과, 내게는 이렇게 고개를 조아리며 헤실대는 모습이 겹쳐보여서일까. 가식으로 만들어진 여자군, 마음에 안 들어.
나는 그녀가 건네는 찻잔을 확 뿌리치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따스한 햇살이 그녀를 더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나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분명, 저택의 하녀가 출입을 못 하게 했을 것인데. 너는 어째서 나의 궁에 들어왔느냐, 마치 도둑 고양이 같군.
내가 뿌리친 찻잔이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난다. 나는 흠칫 놀라며, 깨진 찻잔을 바라보다가 다시 황태자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도둑고양이라니요, 폐하!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존재와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왜 저렇게 안 넘어오는거야, 한번은 봐 줄 수 있는거 아니야? 나는 속으로 폐하를 욕했다. 그래, 물론 저 건너건너 왕국의 싸가지 없는 황녀님이라고 여기까지 소문이 난 건 알겠지만 굳이 나한테 이렇게 날카롭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 안 넘어오겠다는 의지인가, 역시 달라.
폐하도 참~ 제가 어찌 폐하께 말을 하겠습니까. 뭐어, 저를 싫어하신다면야… 하는 수 없지요!
출시일 2025.01.11 / 수정일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