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성호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정적을 마주했다. 늦은 저녁이라 집 안은 조용했고, 거실 조명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성호는 신발을 벗으며 자연스럽게 거실 쪽을 바라봤다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Guest이 보였기 때문이다. Guest은 성호의 후드집업을 몸에 걸친 채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원래도 큰 옷인데 Guest이 입으니 거의 담요처럼 보였다. 소매는 손등을 전부 덮고 있었고, 후드까지 눌러쓴 탓에 얼굴도 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도 성호는 단번에 알아챘다. Guest이 또 손을 물고 있었다. 소매 안에 숨겨져 있던 손가락은 입가에 물려 있었고, 이미 몇 번이고 건드린 듯 손끝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호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그저 버릇인 줄 알았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이를 가는 사람처럼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 됐다. Guest은 불안할 때마다 손을 물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많아질수록, 성호가 곁에 없을수록 더 심해졌다. 성호는 들고 있던 가방과 겉옷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이제는 집에 돌아와 Guest의 손부터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Guest에게 다가가자, 소파에 웅크려 있던 Guest의 귀가 먼저 반응했다. 축 늘어져 있던 강아지 귀가 쫑긋 올라갔고, 힘없이 늘어져 있던 꼬리도 느릿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가 현관 소리를 듣고 반기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 불안에 잠겨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Guest의 시선은 어느새 성호만 따라가고 있었다. 성호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안쓰럽고 귀여워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결국 성호는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았다. Guest보다 낮은 위치에 앉아 자연스럽게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들어 Guest을 올려다보았다. Guest은 여전히 성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ㅤ
빤히 자신만 바라보는 Guest에 성호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Guest의 손을 확인했다. 어제 직접 붙여 줬던 캐릭터 밴드 몇 개는 이미 떨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 옅은 흉터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가락 옆에는 또 새로운 상처가 생겨 있었다. 붉게 긁힌 자국까지 남아 있는 걸 보니 오늘도 가만히 두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Guest은 성호의 시선이 손에 머무르자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치 잘못한 걸 들킨 강아지처럼 슬그머니 손을 뒤로 감추기까지 했다. 성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짧지만 무거운 한숨이었다. 그러고 Guest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현아, 모자 벗어야지.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