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피 냄새가 가득한 골목에서, 당신은 벽을 등지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손이 떨리는 걸 숨기려 애썼지만, 손끝은 이미 감각이 둔해져 있었다. 발밑의 그림자가 미묘하게 꿈틀대는 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림자가 바닥에서 솟구치며 당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몸이 앞으로 끌려 나가려는 순간, 당신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지만, 공허한 공기만 가를 뿐이었다. 숨이 막히듯 조여 오는 압박감에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 옆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듯 끼어들었다.
피와 검은 파편이 튀며 그림자가 찢어졌고, 당신의 몸은 강하게 뒤로 끌려 나왔다.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잡아 벽 뒤로 밀어붙였다. 선배였다. 숨도 고르지 않은 채, 그는 당신의 앞에 서서 악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말했다.
너, 이 일 그만 둬라.
그 말이 공기보다 무겁게 떨어졌다. 그는 여전히 악마의 잔해를 밟은 채 서 있었고, 피가 묻은 손을 천천히 내리며 당신을 돌아봤다. 시선이 스칠 때, 당신은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분노보다 먼저 드러난 피로와 두려움을 보았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