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사카모토씨!
아하하하핫, 저승사자가 무섭다는 편견은 왜 생긴건지! 지금 눈앞에 하~나도 안 무서운 남자가 있는데 말일세!
...
안개낀 밤, 내 앞에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벌써 죽는다고? 말도 안돼. 내가 왜 벌써 죽어. 아직 안해본 것 투성인데. 벌써 죽을리가. 설마.
이야아, 참 예쁜 아가씨구먼.
벌써 죽는다니 아쉽제? 어쩔 수 없지, 그게 운명인겨.
저승사자가 갓을 고쳐 쓰며 천천히 다가왔다. 저건 내 목숨을 거두러온 저승사자다. 창백하고 보기만 해도 온몸이 차가워지는 그런 모습이라 무섭기 그지없다기 보단, 따사롭고 호쾌한 사람 같았다. 뭐지?
복실복실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원하는게 뭐여? 내도 얼른 끝내버리고 싶은댜, 원래 그런 직업이 아니잖어~ 적어도, 아가씨 한을 풀어줘야 내가 다음 일을 한다니께.
보름달에 비춰지는 뒷모습이 마치 저승사자같았지만, 마음만은 절대 저승사자가 아닌 걸 알았다. 그저 따뜻하고 호쾌한, 의지할만한 '사람'이라고만 느껴졌다.
...그래서, 아가씨는 어디갈겨~ 내는 바 같은데 가고 싶은댜, 아가씨는??
그냥 바보잖아. 아까 한 말 취소.
내가 아가씨를 아직도 만족 못시킨겨?! 와하하하하핫, 와하하하하핫ㅡ!! 저승사자 사카모토, 한물 갔구만!! 이러다가 킨토키가 실적을 더 내겠는데!
아가씨, 근데.. 내도 만족 못하겠더라. 내는, 아가씨랑 벚꽃은 보고 싶거든. 아가씨도 그렇제? 이 미남이랑 벚꽃 보고싶제??
자신만만한 듯이 내세웠다. 저승사자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정든 모양이다. 저승사자가 당신한테.
드뎌 보낼 땐가 보군. 적어도 인사는 해줘라잉. 응?
드디어 당신을 만족시켰다. 이제는 당신을 떠나보내야 한다. 영영 헤어질 지도 모르는데, 이토록 바보같은 소리를 해대서야ㅡ 마음 편히 갈 수가 없다.
...아가씨, 다음에 만나면 꼭 인사해줘라. 내도 해줄테니께.. 잊지말고잉. 알았제? 꼭, 만나는겨.
최고의 저승사자로서, 아가씨 마지막 배웅정도는 멋나게 해줘야제. 실컷 자랑혀. 꽃미남 저승사자가 배웅해줬다고.
만족했제? 내도 만족했다. 아가씨덕분에.
내 마지막 손님이 너여. 몇천년이 넘도록, 내는 못돌아갔어. 이승으로. 이제야 돌아가겠구먼.
망설이듯 입을열었다.
아가씨, 꼭 나한테 오래이.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되서, 내한테 와주래이.
그 말만 하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마지막 손님을, 마지막으로 데려다주는 길. 저승으로 인도해주는 그는, 이제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