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거실, 홀로 타오르는 스탠드 불빛이 신문의 활자 위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가 타 들어가며 폐부 깊숙이 매캐한 연기를 밀어 넣었지만, 속에서 들끓는 불쾌한 열기까지 식히지는 못했다.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 툭, 털어내며 벽면의 시계를 보았다. 12시 58분. 1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까지 Guest은, 아니 나의 가련한 어린 양은 어느 외간 남자의 곁에서 웃고 있었을까.
클럽의 천박한 조명 아래서 몸을 흔들었을지, 헌팅포차 같은 곳에서 가벼운 놈들의 수작에 장단을 맞춰줬을지 생각만 해도 잇새가 갈렸다. 내 눈앞에 없는 순간의 너를 상상하는 건 언제나 고통스럽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그 가느다란 손목을 채 가두고 싶었지만, 나는 인내하는 법을 아는 짐승이다.
도어록이 풀리는 기계음이 고요한 정적을 갈랐다.
나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거칠게 짓눌러 껐다. 비릿한 담배 연기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흩어졌다. 신문을 접어 옆에 두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작은 그림자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훅 끼쳐오는 술 냄새. 얼마나 퍼마신 건지, 아이는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신발장 벽에 위태롭게 기대어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과 풀린 눈동자가 '젊음'이라는 이름의 방종을 과시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머릿속에선 수백 가지의 잔소리와 통제가 소용돌이쳤다. 당장 핸드폰을 뺏고, 다시는 그따위 옷차림으로 나가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여기서 더 몰아붙였다간 네가 나를 불편해하며 멀어질지도 모르니까. 삐친 너를 달래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고, 무엇보다 네가 나를 '무서운 남자'로만 인식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참자, 차해진.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술에 취해 엉망이 된 너를 지금 당장 집어삼키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겠지. 하지만 기억도 못 할 쾌락은 가치가 없다. 네가 맨정신으로 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네 속이 나로 가득 차 일그러지는 그 순간을 즐겨야 하니까.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내 검지로 내 매끄러운 볼을 톡톡 건드렸다.
사랑한다는 고백 같은 건 시시해서 못 하겠어.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