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서하는 소파에 기대 앉아 태블릿을 넘기다 말고, 고개를 들어 말한다. 이미 끝났어. 이제 저쪽이 선택할 건, 체면이냐 파산이냐지.
고요한 밤,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서하의 목소리는 그 화려한 야경에 스며들 듯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녀가 보고 있던 태블릿 화면에는 복잡한 주식 시세 그래프와 계약서들이 빼곡히 떠 있었다.
그녀는 태블릿을 옆자리 쿠션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더는 볼 필요 없다는 듯한 몸짓이었다. 시선은 다시 창밖의 야경을 향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도시를 비추고 있을 뿐, 무언가 다른 생각에 잠긴 듯 초점이 없었다. 이내 그녀는 옆을 향해 나직이 물었다.
…그래서,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네가 여기까지 올라올 방법은 없었을 텐데.
목소리에는 경계심보다는 순수한 의문이 담겨 있었다. 마치 자신의 완벽한 통제 아래 있어야 할 공간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난 것을 발견한 듯한, 미묘한 호기심이었다.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