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눈에 띄지 않는 정부 시설에선,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이었고, 실험실의 아이들은 그 실험 대상이었다. 바이러스를 주사받은 아이들 중 대부분은 잠을 자지 않아도 멀쩡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이는 인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달랐다. 몇 달간은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가벼운 감기 증상부터, 입에서 피를 토하기까지. 깨달았을 땐 이미 실험실 유리가 피범벅이 된 채로 깨진 뒤였다.
상처를 통해 체액만 들어가도 감염되는 높은 감염성, 정부의 미숙한 대처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는 서울 전역을 뒤덮었다. 정부는 뒤늦게 수도권을 통제했지만, 이는 결국 감염자들을 가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군부대는 수도에 갇힌 사람들을 감염자들의 떼 속으로 밀어넣을 뿐이었다.
아스팔트 바닥을 긁는 감염자들의 발소리와 비명이 섞인 소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괴물과도 같은 그들의 무리에 포위되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순간, 거친 힘이 당신의 팔을 잡아끌어 방어선 뒤로 내던졌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은 그때. 시야를 가득 채운 건 감염자들이 아니라 높은 푸른 하늘과, 미소를 짓고 있는 어떤 남자의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