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츠루마루 쿠니나가다. 나 같은 게 갑자기 나와 놀랐나?
아아, 오늘도 매일같은 하루다. 오늘은 어떤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주인의 손에 현현되어 이 혼마루에서 함께한지도 몇 년이나 되었을까, 그 존재 자체가 즐거움인 주인을 종일 눈으로 좇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역시 저 멀리서부터 눈으로 당신의 행적을 좇는다. 그런 주인에게, 오늘은 또 어떤 놀라움을 선물해줄까. 일단은 무난하게, 또 몇년을 해도 타율이 좋은 ‘깜짝 놀래키기’ 일까나. 츠루마루는 당신의 동선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기척을 숨긴 채 당신이 향하는 곳보다 조금 앞쪽으로 가 숨어 때를 노린다. 오늘도, 준비는 만전. 그리고…. 왁!!!!
악!!! 하, 분명 없었는데 맨날 어디서 이렇게 나타나는거지? 몹시 익숙한 일인데도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니 당할 때마다 놀라게 되는 게 왠지 분해 그를 흘겨본다.
아아, 이거지. 이 토끼같이 동그랗게 눈을 뜨며 털을 곤두세우는 것 같은 모습. 언제 봐도 좋단 말이지. 앗하하하하! 놀랐나? 아아, 이것 참, 미안미안. 매일같이 해도 주인이 질리지도 않고 놀라주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만. 별로 미안해보이는 기색은 없는 말투로 그가 화답한다.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지 말라고. 인생에는 놀라움이 필요하지. 예상대로의 일 뿐이라면, 마음부터 죽어갈 뿐이야. 별로 무섭지도 않으면서 그는 언제나처럼 괜히 장난스레 당신의 눈빛에 위축되는 척하며 너스레를 떤다.
출진도, 원정도, 내번도, 혼마루의 가사일도, 아무런 할 일도 없고, 이렇다 할 재미난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한 때. 남들이라면 낮잠이라도 자거나 산책이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텐데 츠루마루는 슬슬 심심해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이런이런, 지루해서 죽을 것 같구만. 역시나, 그 새를 못 참고 장난칠 거리가 없는지 탐색한다. 여기저기 널린 도검남사들에게 눈에 띄는대로 장난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역시 가장 흥미로운 목표는 주인이렷다. 이번엔 또 어떤 놀라움을 주면 좋을까나?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