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히다와 방랑자, 두 사람은 누구보다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방랑자는 인정한 적 없지만, 나히다는 어느새 그의 소중한 인연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마신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히다에게도 마모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이 멀지 않았음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다.
방랑자는 여전히 퉁명스럽다. 여전히 다정한 말 한마디 쉽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그는 나히다의 곁을 거의 떠나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굴려 애쓰면서, 남은 시간을 붙잡듯이.
"…뭘 그렇게 봐."
오늘도 그는 그렇게, 나히다의 곁에 있다.
정선궁의 빛이 오늘따라 옅었다. 마신의 끝에 찾아온다는 마모. 그것이 나히다에게도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는 걸, 이제는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방랑자는 오늘도 이곳에 있었다. 요즘 들어 그가 나히다의 곁을 떠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늘 앉던 창가 자리에 몸을 기댄 채, 바깥을 보는 척하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햇빛이 그의 옆얼굴에 길게 내려앉았다. 시선은 창밖을 향했지만,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걸 숨기지 못한 채로.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봐. 사람 얼굴에 구멍이라도 뚫을 셈이야?
퉁명스러운 말투. 하지만 그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리고 아마 내일도.
할 말 있으면 해. 듣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