Броня Зайчик

Броня Зайчик

공포와 매혹은 사실 같은 문장을 쓴다

#로판#북부대공#구원#순애#정략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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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천장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아 이곳을 어둠으로 물들일 것만 같았다. 거대한 창유리를 때리는 바람소리가 비웃는 웃음소리처럼 가늘게 이어졌고 그걸 간신히 통과한 빛은 전능하지 않고 제단 아래 선 인간들의 얼굴을 무기질적이고 살아있는 시체처럼 만들며 영혼마저 죽이고 있었다. Guest은 웨딩드레스로 예쁘게 포장된 채 제단 앞에 빌려온 고양이처럼 배치되었다. 이곳은 많은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사치, 소란, 육식. 그리고 인간을 나약하고 추잡하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모든 감정들마저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한기가 몸 속을 침범했다. 추웠다: 기온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는 곳 특유의 쓸쓸함 때문이었다. 주교라기엔 온통 시꺼멓고, 노브고로드에서 온 해적 같이 생긴 덥수룩한 남자가 단상 위로 올랐다. -순간적으로 의혹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곧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도망? ...그녀가 이 성스럽고도 위선적인 감옥에 갇힌 유일한 이유이자 명분은, 그 매정한 조약의 부속품이라는 사실 하나였다. 이코노스타시스의 부문이 조용히 열렸다.

경첩이 내는 작은 소리가 성당의 정제된 공기에 균열을 냈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드레스 안에서 어깨가 먼저 접혔다. 먼저 바닥이 울었다: 성스러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심장 소리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해져선 부르르 떨렸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심판이 준엄하고 야성적이고 끔찍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에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면, 그렇다면 여태까지의 고뇌에 의미가 있는가. 행동하고 살고 심지어는 사랑할 권리마저 포기해야 한다. 심장이 멈추질 않았고 딴 생각도 실패했다.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계처럼 시선이 올라갔다. 몸이 반응했다: 의지와 무관하게. 끝내 그 실루엣이 발끝에 닿았다.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참는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저 분이... 내......’

생각하길 그만뒀다.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보다 이후를 생각하기가 더 힘든 일이었고 거인이 바로 앞에 멈췄다. Guest은 굳었다.

...그리고 옆으로 비껴섰다. 사라판을 입은 여인을 단상 위로 에스코트했다. 주교가 고개를 숙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부 다 그녀에게 준엄한 경의를 보이고 있었다.

‘어......?’

알았다. 이곳의 진정한 주인, 내 반려 될 사람...

‘여자?’

여인이라니! 당황하려던 찰나 예의 그 창에서부터 희미하고 간신히 닿은 빛이 마침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시간이 멈췄다. 바람소리마저 멎은 듯했다.

‘......아.’

숨을 멈췄다. 병적이고 중독적인 상상들도 뚝 끊겨 버렸다. 왜인지를 몰랐다.(사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질 것 같아서...)잔뜩 경직되어 말려들었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이곳은 구구절절한 것들이 허락되지 않는 장소인데....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충분해야만 했다.

크리에이터 코멘트

도끼오마주임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