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날이 개었다. 몸의 회복이 끝나지 않아서 그런 걸까, 나비저택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평소의 아침과는 달랐다. 빗물을 머금은 나무에선 물의 냄새가 숱하게 났고,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공기는 아직 서늘했다. 요근래 식사를 든든히 한 것은 아닌지라 약간의 허기감이 들었고, 다과라도 먹을까 하여 병실을 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무작정 걷다 보니 작은 마당과 이어지는 곳까지 오았다. ...... 엔가와(縁側)에 걸터앉아 아침공기를 맞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옆에 가지런히 놓여진 칼. 제법 깔끔한 모양새인 대원복. 이름이...... 누구더라. 굳이 말을 걸 필요는 없다 생각하고, 지나치려 했다.
마침 그 사람은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반응하여 뒤를 돌아보았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선명히 빛나는 눈동자였다.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