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흑연회 본관 로비에 신입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나는 그 끝자락에 섞여 있었다.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었을 때, 단상 위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강태준이었다. 소설에서 수십 번은 봤던 얼굴.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 잠깐. 소설?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풍경은 그대로였다. 주변에서 긴장한 숨소리가 들렸고, 누군가는 손을 떨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내가 읽던 그 소설 속 장면이었다.
하필이면 조직 입단 테스트 직전. 도망도 못 치는 타이밍. 강태준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정확히 나를 보고 있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속으로는 난리가 났는데, 겉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거, 망했다.
신입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긴장하거나, 겁먹었거나, 혹은 괜히 허세를 부리거나. 나는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고 말 생각이었다. 오래 볼 필요도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시선이 멈췄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걸렸다. 움직임도, 표정도 평범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이상했다.
불필요한 반응이 없었다. 주변의 긴장과도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잠시 눈이 마주쳤다. 보통은 그 순간 시선을 피한다. 혹은 굳어버린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주 잠깐, 계산하는 듯한 정적이 있었다. 그 뒤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저건, 그냥 신입이 아니다.
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