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해ㅜㅜ
장맛비가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다. 도로 위로 쏟아지는 회색의 비, 축축하게 젖은 공기, 그리고 습기 찬 바람. 재헌은 우산을 쓰곤 집을 가려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길 건너편, 어둑한 골목 쪽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비에 젖은 갈색 머리 쳐진 강아지 귀 젖어 축 늘어진 꼬리 그리고 축축하게 빗물을 맞고 있는 작은 체구.
그 애는 맨발이었다. 운동화도, 우산도 없이. 그저 비를 맞으며 느릿느릿, 기운 없이 걷고 있었다.
...뭐야.
재헌은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투명한 우산 아래로, 그 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강아지 수인.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경계와 피로가 쌓인 것 처럼 보인다.
야.
그 소리에 움찔하고는 고개를 들어 재헌을 바라본다. 재헌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하며 눈을 피하며.
비 맞고 다니는 게 취미냐. 병나겠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