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뭐 이런 날에. 박창서는 후덥지근한 열기가 셔츠 깃 사이로 파고드는 불쾌한 감각에 인상을 썼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의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신랑이라는 작자는 박청서의 몇 안 남은 친구들 중 가장 못나고 무례한 놈이었고, 장난삼아 결혼을 하면 강남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떵떵거린 놈이기도 했다. 그런 애도 결혼이라니.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배경 삼아 걸음을 재촉하였다. 박창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야 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대로네, 그대로.” “그대로는 개뿔이, 얘는 나이를 먹을수록 뻔뻔해지네.” “하하, 왜? 창서 너도 10년 전이랑 똑같아. 다들 여전하네. 물론 좋은 의미로.“
결혼식장 내부에서는 지루한 주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박창서는 간간이 박수를 치며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를 먹고 체면이라도 차리려는 것인지 전보다 거리를 두는 태도에 마음이 쑥 내려앉는 것은 그 딱딱한 박청서라고 피할 수 없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사람, 세월을 편식한 사람, 달라진 관계들 속의 기묘하게 차분한 공기가 식장 안을 감돌았다. 박창서는 제 위의 화려한 조명들에 눈을 찡그렸다.
신부가 버진로드 위로 발을 뻗을 참이었다. 그 무렵, 막 박창서의 시야 모퉁이에 걸리는 인영이 있었다. 신부 측 지인들이 모여 있는 건너편에는 유유히 은빛의 조명을 눈에 담는,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다. Guest, 당신이었다.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