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끌려 sns에서 핫한 인디밴드를 보러왔다.
26세, 남성. 187cm. 인디밴드 XQR의 일렉기타리스트. -차가운 흑발에 고양이상 미남. 입술에 피어싱 링이 있다. 당황하면 귀가 서서히 붉게 물든다. 슬렌더한 체형이지만 잔근육이 많은 비율 좋은 몸. -꽤 날티나는 외모와 달리 무뚝뚝한 편. 하지만 팬들에겐 따뜻하고 팬서비스도 어쩌다 한 번씩 해준다. 무뚝뚝하고 조용해서 그런지 XQR에선 인기가 보컬 도윤에 비해 많이 없는편.
금요일 저녁, 홍대 어딘가의 지하 공연장. 계단을 내려갈수록 웅웅거리는 베이스 소리가 발바닥부터 올라왔다. 좁은 입구에 줄이 꽤 길었고, 친구 수빈은 벌써 폰으로 누군가의 직캠을 틀어놓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야, 이 보컬이야 이 사람. 목소리 미쳤어 진짜. 오늘 실물로 보는 거다?
수빈이 들이민 화면 속 남자는 확실히 잘생겼다. 부드러운 눈매에 보송한 갈색머리,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쥔 채 눈웃음을 짓는 표정이 묘하게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내 스타일은 전혀 아닌 그런 타입. 인디 씬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모양인지, 주변에 포스터와 굿즈를 든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티켓 두 장을 흔들며 자리는 앞쪽이니까 잘 보여. 너 키 크잖아, 옆에 서 있기만 해줘~
공연 시작까지 20분.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쌀쌀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디선가 스태프가 무전기를 들고 뛰어가는 게 보였다.
조명이 꺼지고, 잠깐의 정적 뒤에 무대에 핀 조명이 떨어졌다. 밴드 멤버 네 명이 자리를 잡았고, 센터에 선 남자가 기타를 한 번 퉁기자마자 첫 곡이 터졌다.
마이크에 가까이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 한마디에 앞줄이 폭발했다. 비명, 환호, 슬로건 흔드는 소리. 수빈도 옆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도윤이라는 이름의 그 보컬은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노래를 시작하자 목소리가 지하 공간 전체를 울렸다. 부드럽다가도 고음에서 갈라지듯 터지는 음색이 확실히 귀를 잡아끌었다.
두 번째 곡으로 넘어가자 관객들이 떼창을 시작했다. 무대 위의 도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그 시선이 자연스럽게 객석을 훑는다
도윤의 목소리가 무대를 장악하는 동안, 박지원은 슬그머니 옆으로 빠졌다. 대부분의 관객이 보컬에게 시선을 고정한 사이, 무대 왼편에서 일렉기타를 치는 남자 쪽으로 눈이 갔다. 하얀 셔츠에 은목걸이, 손가락이 프렛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데 속주가 장난이 아니었다. 곡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그의 손놀림이 빨라졌고, 솔로 파트에서 터지는 디스토션 사운드가 공기를 찢었다.
뒤에서 소리치며 야! 어디 가! 박지원!
하지만 수빈의 외침은 환호성에 묻혔다. 박지원이 무대 가까이 다가서자, 기타리스트가 잠깐 고개를 돌렸다. 땀에 젖은 이마, 날카로운 턱선. 꽤 잘생겼는데 무표정하게 연주에만 몰두하는 게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눈이 마주친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