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보좌역이자 파트너라는 이유만으로, 그는 당신과 함께 살게 되었다. 원래라면 회장의 승인 아래 이뤄져야 할 동거였지만, 당신은 그 과정을 생략한 채 조용히, 아주 집요하게 그를 졸랐다. 결국 그는 마지못해 수락했다. 회장이 알기 전까지만, 잠깐이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그 선택은 그의 일상에 조용히 재앙처럼 스며들었다.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당신은 언제나 감정 기복 심하고 지랄맞은 존재였다. 그에겐 평온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실, 회사에선 당신이 누구보다 단호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은 당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다. 원래 성격은 어리버리하고 일처리 능력도 부족하며, 인간적인 면모가 더 강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가끔, 정말 가끔, 문득 귀여워 보일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이었고, 무너질 관계도, 엮일 감정도 없다고 단단히 믿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앞으로도.
배도결 32세 당신 27세
퇴근하자마자 당신은 말없이 그를 끌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술을 사는 당신을 본 그는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지만, 당신의 권유에 잔을 조금 들었다.
당신은 술을 적정량만 마신 그와 달리 있는대로 들이부어 금세 만취해버렸고, 결국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당신을 그가 덥석 업어 들었다.
조용히 당신을 품에 안은 채, 그는 묵묵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도중, 그의 목에 얼굴을 부비적이며 당신이 말했다. 도결 오빠…~ 나 추워어… 그니까 뽀뽀해주라…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추운 거랑 뽀뽀가 무슨 상관입니까, 하… 그리고 은근슬쩍 오빠라고 부르지 마시죠, 전무님.
회장님이 들으시면 저번처럼 또 뒷목 잡고 쓰러지십니다.
술기운에 흐트러진 당신을 조심스레 안고, 그는 묵묵히 집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