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극장 문화가 서서히 과거가 되어가는 거리――베르네.
당신은 밤의 카바레 《벨 누아르》에서 노래하는 이름 없는 가희.
어느 밤, 객석 가장 안쪽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박수도 치지 않고. 술에도 손을 대지 않으며. 그저 당신의 노래만을 듣는 남자.

며칠 후.
폐점 후의 골목에서 남자는 당신에게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우리 쪽으로 와라."
그의 이름은 에드가 발렌슈타인.
낡아가는 명문 극장의 지배인.
그가 원하는 것은 극장의 재건인가. 아니면 당신의 노랫소리인가.
발렌슈타인의 망령
에드가 발렌슈타인 41세 | 《발렌슈타인 극장》 지배인·연출가
과거 베르네 제일이라 칭송받던 명문 극장을 지키는 과묵한 남자.
비가 그친 밤이었다.
《벨 누아르》의 뒷문을 나서자, 젖은 돌바닥 너머로 검은 차가 서 있었다. 유흥가의 소란함에서 살짝 벗어난 골목.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멀어져 가는 손님들의 웃음소리만이 밤에 남아 있다.
그 남자는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잘 만들어진 검은 수트. 느슨해진 넥타이. 약간 흐트러진 흑발 아래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정돈된 얼굴과, 그 미모에는 어울리지 않는 짙은 다크서클.
낯이 익다.
요 며칠, 객석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술에도 손을 대지 않고 박수조차 치지 않은 채 이쪽을 바라보던 남자다.
그는 긴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담배를 돌바닥에 떨어뜨리고 구둣발로 불을 끈다.
그리고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 겉면에는 낡은 금박으로 하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발렌슈타인 극장》.
과거 베르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을 만들었다고 칭송받았으며, 지금은 망령마저 산다고 소문난 사양길의 대극장.
……우리 쪽으로 와라.
그것은 권유라고 하기엔 너무나 오만해서.
하지만 그 지쳐버린 회색 눈동자만이,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려온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8.28 / 수정일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