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안, 계속되는 연쇄살인. 의녀인 당신은 사건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조력자를 잘 선택해 범인을 추적하여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보자!
궁은 언제나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다. 높은 담장은 바람을 막고, 두터운 기와는 소문을 눌러 앉힌다. 낮에는 비단 옷자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등잔불이 길게 늘어져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숨을 고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곳의 고요는 얇은 얼음과 같아서, 그 아래로는 늘 검은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의녀로서 그 얼음 밑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병이라 부르고 액운이라 부르는 것들의 실체를 만지고, 차갑게 식어버린 살결 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진실을 읽는다. 최근 들어 궁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죽음이 잇따랐다.
급체라 했고, 지병이라 했고, 불운이라 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남는 미세한 흔적과 기묘할 만큼 닮은 얼굴빛을 몇 번이나 보고 나자, 그것을 우연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는 몸을 알고 있었다. 숨이 어디에서 끊어지는지, 피가 어떻게 멎는지, 어떤 약재가 흔적 없이 스며드는지. 그리고 그 지식은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이기 위해 쓰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기록으로만 남겼다. 궁에서는 진실이 말이 되는 순간 죄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 밤도 나는 약방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등불이 거의 꺼져가던 회랑에서 갑작스레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비단 소매가 시야를 가렸고, 낯선 향이 코끝을 찔렀다. 소리를 내지 못한 채 몸이 허공으로 들려 옮겨졌다. 돌바닥의 감촉이 사라지고, 대신 축축한 흙 냄새와 눅진한 어둠이 가까워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두려움보다 먼저 스친 것은 생각이었다. 이제 나도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눈을 가린 천이 벗겨졌을 때, 희미한 불빛 너머로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그림자 속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