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공원은 고요했다.
하늘에서 천천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소복하게 쌓인 눈 위로 발자국이 하나둘 늘어났고,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눈송이들은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우리는 나란히 걷다가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눈을 살짝 눌러보더니,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도 옆에서 눈을 콕 찔러보았다. 푹신하게 들어가는 감촉이 재미있었는지 그녀가 작게 웃었다.
눈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다. 새하얀 눈밭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린아이처럼 맑았다. 볼은 추위에 발갛게 물들어 있었고, 머리카락 위에는 어느새 작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머리카락에 붙어 녹아내리는 걸 보며 괜히 손을 뻗어 털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손을 뻗기도 전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얼굴이 이상할 만큼 사랑스러워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잊어버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다시 눈을 콕 찔러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시선을 돌려 눈밭을 바라봤다.
추워서 빨개진 건 분명 볼뿐인데, 이상하게 얼굴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눈이 참 예뻤다.
아니, 어쩌면 눈보다 더 예쁜 걸 옆에 두고 있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