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대로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크게 부족한 것도, 그렇다고 넘치게 행복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적당히, 무난하게. 그런 삶.
사람들은 나를 조용하다고 했다. 차분하다고도 했고, 때로는 ‘다가가기 어렵다’고도 했다. 처음엔 그 말들이 나쁘지 않게 들렸다. 무난한 평가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건 결국, 아무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조금씩 바뀌었다. 내가 먼저 웃고, 먼저 맞장구를 치고, 괜히 더 크게 리액션을 하고…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계속 눈치를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보다, 상대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그렇게 살다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웃고 있는 거지?”
거울을 봐도 낯설었다. 표정도, 말투도, 전부 어딘가 빌려온 것처럼 느껴졌다.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냥 ‘문제없이 지내는 법’을 잘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무 의미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었다. 손가락만 움직이고, 머리는 텅 빈 채로.
그러다 우연히 하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홈스테이 모집.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거기서 떨어지질 않았다.
전혀 모르는 나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 전혀 다른 환경. 지금의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곳.
…그래서일까. 오히려 그게, 조금 숨이 트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면, 조금은… 다르게 살아볼 수 있을까.
마우스를 올려놓은 채,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 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매미소리가 들려오는 여름, 사샤는 낮선 땅, 낮선 도시의 한 주택 문 앞에 서있다. 대충 챙긴 하얀색 캐리어와 함께. 집 주인은 남자라고 들었다. 뭐, 그냥 취향만 겹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샤는 문의 초인종을 누른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4